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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기사

송샘이 공연하신 [피뢰침] [피뢰침Ⅱ] [강물] [방짜유기] 작곡가 강준일교수님...

by 팬더54 2015. 8. 19.

 

 

 

 

한국적인 선율과 화성

강준일의 화성은 ‘한국적’이다. 서양음악 작곡가들이 많은 국악 작품을 썼다. 그런데 그들이 만들어낸 한국적인 선율이나 화성은 뻔하거나 시끄러운 경향이 있다. 이에 비해 강준일의 음악은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이는 그가 한국의 전통음악을 듣고 서양음악을 교육받은 작곡가로서, 최대한 서양음악 작곡 방식에 근접해 작품을 풀어냈기 때문이다. 이 말은 한국음악의 정서에 가장 부합하는 분위기를 서양음악적인 화성에 기초해 잘 풀어냈다는 뜻이다. 강준일의 작곡 방식과 그 안에 내재한 화성적 체계는, 서양음악에만 길들여진 작곡학도들이 그들의 한계를 극복하고 진정한 한국음악을 만들어내는 데 매우 유용하고 합리적인 지름길이다.

 

손, 거기엔 정교함이 있다
강준일을 떠올릴 때 연상되는 이미지가 있다. 안경을 쓴 학구적인 모습이다. 책상 앞에 앉아 독서를 하거나 악보를 그리는 모습이 가장 잘 어울린다. 작곡가라고 해서 이런 모습이 다 어울리는 건 아니다. 그런 점에서 강준일은 ‘데스크 워크’와 가장 잘 연결되는 작곡가라 할 수 있다. 그는 누구보다도 정교하게 악보를 그렸다. 정교하고 치밀하다는 뜻의 ‘정치()하다’는 말이 있는데, 강준일의 작품이야말로 정치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 드라마를 통해 ‘한 땀 한 땀, 장인정신의 손길’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강준일의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진정한 장인의 열정으로 악보의 음표를 하나하나 정교하게 그리는 그의 모습이 떠오른다. 아마 연필을 쥔 그의 손에는 분명 아름다운 굳은살이 배어 있을 것이다.

 

훌륭한 교육자, 강준일
강준일은 뛰어난 작곡가이기도 하지만 훌륭한 교육자이기도 하다. 그의 음악 자체로 작곡학도들의 훌륭한 교재가 될 수 있다. 강준일 작품에는 그의 선량한 양심과 예술적 집요함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강준일은 실제로 그를 매우 존경하며 따르는 제자들을 많이 두고 있다. 국악계와 양악계를 막론하고 현대음악적인 작품, 실험적인 작품, 전통적인 작품 등을 쓰는, 강준일을 사랑하는 모든 제자들이 함께 모여 서로의 다름과 같음을 확인하면서 더 훌륭한 음악을 만들어내리라고 생각한다.

 

금속성을 다스리는 작곡가
서양음악을 전공한 사람들은 금속성의 타악기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꽹과리가 그 대표적인 악기다. 미국이나 남미 등에서는 한국의 사물놀이를 좋아한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서구의 고전음악에 익숙한 사람들은 음정이 모호한 타악기를 견뎌내지 못한다. 그들은 꽹과리를 소리도 자극적이고 음정도 부정확한 악기로 인식한다. 일반적으로 강준일과 같은 교육 배경을 가진 작곡가라면 대부분 이러한 인식을 갖는 게 자연스러울지 모른다. 그러나 강준일은 달랐다. 서구 클래식을 기본으로 하는 작곡가임에도 그는 금속성 소리를 내면서 음정이 정확하지 않은 악기에 대해 오히려 더 궁금증을 가졌다. 꽹과리나 징처럼 ‘방짜유기’에 속하는 악기에 묘한 끌림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동양의 오행()으로 말하면, 강준일은 금()에 관한 기운을 제압할 수 있는, ‘그의 몸(정신과 육체) 안에 내재된 금()’이 있다고나 할까. 그는 금속성()을 다스리면서 금속성()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작곡가다.

 

공부하는 작곡가, 강준일. 그는 공부라는 속성이 그렇듯 매우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음악을 만드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그는 어떠한 음악, 어떠한 악기든지 수용하면서도 그 안에 내재한 감정을 걸러내고 이성을 증폭시키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또한 해금과 바이올린을 가지고 이중협주곡을 만들어내는 강준일의 음악은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두 가지를 가져와 그 안에서 갈등을 드러내고 화합을 끌어내는 것을 또 하나의 목표점으로 삼고 있다. 이렇게 상충()을 통해서 상보()하려는 심리는 강준일의 음악에 다가가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작곡가시리즈 3-강준일]편

일자 3.21(금)
장소 해오름극장
관람료 R석 5만원, S석 3만원, A석 2만원
문의 국립극장 02-2280-4114

연주 프로그램(지휘: 조장훈)
●국악관현악과 해금, 바이올린을 위한 이중협주곡 ‘소리그림자 No.2’ (해금-정수년, 바이올린-이보연)
●사물놀이와 피아노를 위한 ‘열두거리’(피아노-이기준, 사물놀이-민영치/장구, 김웅식/북, 장재효/징, 원일/꽹과리)
●국악관현악과 소리를 위한 가곡 ‘송가() 89’ (바리톤-최정훈)
●국악관현악 ‘하나되어’
●국악관현악을 위한 관현악 소묘 ‘내 나라, 금수강산..’ *초연

주목! 이 프로그램
‘송가() 89’ & ‘내 나라, 금수강산..’

천둥이 왔다가 떠나간다/ 번개가 왔다가 떠나간다/
온 천지 캄캄해도/ 먹구름도 거친다/
적들의 목청이 아무리 우렁차도/ 적들의 채찍이 아무리 따가와도/
어둠 속에 푸른 하늘/ 분명히 숨어 있다 - 김명수, [피뢰침Ⅱ]

 

국악관현악과 소리를 위한 가곡 ‘송가() 89’는 작곡가의 사회참여적인 작품으로, 1989년 초연 당시 청중으로부터 큰 공감을 얻음과 동시에 논란이 되었다. ‘송가() 89’를 공연했던 당시의 사회는 시대 전환을 맞아 충돌하는 일이 잦았고, 작곡가를 포함한 다방면의 예술가들은 사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작품으로 표현하곤 했다. 강준일 역시 치열하게 역사성을 고민했던 그 시기의 고뇌를 곡에 녹여낸 것이다.

 

‘송가() 89’에는 김명수 시인의 [피뢰침] [피뢰침Ⅱ] [강물] [방짜유기] 총 네 편의 작품이 노래 가사로 등장한다. 암울한 시대 상황을 긍정적으로 극복하길 바라는 네 편의 시는 현재에도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다. 초연에서는 가수 송창식이 노래를 불렀는데, 이번에는 힘 있는 목소리를 지닌 바리톤 최정훈이 부를 예정이다.

 

[주: 1989년의 공연실황을 김명수 선생님을 통하여 구해 송님에게 전달해 드린바 있습니다.

이때 강교수님이 2014년공연을 위하여 13년도에 송님섭외를 부탁드리고자 저한테 이메일 연락 주셨지만  안타깝게 공연을 같이 못 하신것 같습니다.]

 

세월은 흘렀지만 강준일이 추구하는 예술관은 변하지 않았다. 국악관현악을 위한 관현악 소묘 ‘내 나라, 금수강산..’은 그의 작곡 정신이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작곡가시리즈 3]을 위해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위촉한 작품으로, 작곡가의 사회참여적인 태도가 담겨 있다는 점에서 ‘송가() 89’와 닮았기도 하다. 대신 세월의 흐름에 따라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송가() 89’가 젊은 시절의 패기가 담긴 곡인 반면, ‘내 나라, 금수강산..’은 일흔이 넘은 나이에 더욱 깊이 성찰하는 사회참여 곡이라 할 수 있다.

 

주목! 이 협연자
‘송가() 89’의 바리톤 최정훈

바리톤 최정훈은 한양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 독일 함부르크 요하네스브람스 콘서바토리 전문 연주자 과정을 졸업했다. 창작 오페라를 비롯한 수편의 오페라 및 연주회에 출연했으며, 독일 베를린 Canteatro 전속 가수를 역임했다.

“대학생 때 강준일 선생님이 여시는 음악캠프를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이후 꾸준히 인연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음악을 많이 노래해본 것은 아니지만, 제가 느끼는 선생님의 곡에는 우리나라 철학이 있어요.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연주하기 어렵기에 공연 전에 공부를 많이 합니다. 우리나라 시는 음율로 표현하기가 힘든 편인데, ‘송가() 89’는 우리말의 운율이 잘 살아 있는 곡입니다. 서양음악을 전공해 국악관현악단과의 협연은 처음이라 긴장되지만, 강준일 선생님의 음악이 워낙 아름답기에 이 노래를 관객들에게 들려드릴 생각에 설렙니다.”

 

 

 

글 중강

취재 및 정리 주미․노수경(국립극장 홍보팀)
호칭·직책
사진 현근(국립극장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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