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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객 송창식님을 좋아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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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은님이 말하는 송창식님, 양희은의 잊지못할 사람-가수 송창식

by 팬더54 2011. 7. 1.
[01] 양희은님이 말하는 송창식님



[02] 양희은의 잊지못할 사람 - 가수 송창식 (2003. 9. 7)


"형이 날 노래의 길로 이끌었죠"




 

양희은(51)은 송창식(57)을 아직도 창식이 형이라고 부른다.


“처음부터 그냥 형이라고 불렀어요. 그 때는 그랬죠.

 

피붙이도 아닌데, 오빠는 무슨 오빠”라고 말하지만 사실 그에게 송창식은 오빠 이상이다.

 

“내가 노래할 수 있게 해 준 사람이니까요.”

 

유난히 남자 선배가 많은 그가 송창식을 첫번째 인연으로 꼽은 이유이기도 하다.

 

1971년 초, 재수 끝에 서강대에 입학한 양희은은 절박했다.

 

어머니의 빚 보증 때문에 하루 아침에 가세가 기울었다.

 

버스비조차 없어 걸어 다녀야 할 판이었다. 돈을 벌어야 했다.

 

무작정 통기타를 들고 명동의 ‘금수강산’에서 노래하던 송창식을 찾아갔다.


“형, 나 노래 좀 하고 싶은데요.” “왜?” “돈이 필요해요.” “그래? 기다려봐.”


 

경기여고 서클공연때 초대가수로 첫 만남

 


그게 다였다. 송창식은 그 자리에서 황금시간대였던 자신의 공연 시간 중 10분을

 

스무 살도 안된 무명 가수에게 내어주었고 출연료 선불까지 받아 주었다.

 

양희은은 얼마 뒤 역시 송창식이 출연하고 있던

 

당시 최고의 무대 ‘오비스 캐빈’에도 서게 되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그 해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  ‘아침이슬’ 등이 실린 데뷔 음반을 냈다.

 



대입후 가세 기울어 "돈벌게 해달라" 부탁에

 

흔쾌히 자신의 공연시간 내줘 엉겁결 데뷔

 


노래 하는 걸 좋아하긴 했지만 가수가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그의 운명이 그 아르바이트로 인해 결정되어버린 셈이다.

 

양희은이 불쑥 송창식을 찾아 갈 수 있었던 것은 이미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여고 2학년 때 영어 서클 공연의 초대 가수로 처음 본 트윈 폴리오의 


송창식은 여고생 양희은의 눈에는 너무 멋져 보였다.

 

“하얀 터틀넥을 입고 진지하게 노래하는 모습을 숨죽이고 바라보았다”고 기억한다.

 

재학생 대표로 노래한 그에게 트윈 폴리오가 공연 초대권을 보내줘 인연이 


이어졌고 이후 YMCA ‘청개구리홀’의 100원짜리 공연에서 다시 만났다.

 

“그 때 금수강산에서 창식이 형은 그냥 왜냐고만 물었지만,

 

그 눈 빛은 마치 내 속을 들여다 보고 있는 것 같았죠.”

 

어려서부터 학교에서 숙식을 해결할 정도로 고생을 많이 한 송창식이기에

 

양희은의 절박한 심정과 함께 가수로서의 자질을 읽을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형의 반주에 맞춰 형의 노래 불러볼 날 기대"

 


몇 년 뒤 양희은에게 “너는 너희 집이 망하지 않았더라도 노래를 했을 거야”라고 


말한 걸 보면. 양희은은 첫 월급으로 송창식에게 성경책을 사 주었다.

 

송창식은 양희은이 식을 올릴 때마다 함께 한 사이기도 하다.

 

78년 8월 늦깎이로 졸업식을 앞두고 장난 삼아

 

“형, 나 내일 결혼해. 학교 강당에서”했더니

 

송창식은 정말 꽃다발과 축의금을 들고 나타났다.

 

87년 진짜 결혼식 때는 자신의 노래 ‘우리는’을 축가로 불러 주고

 

“두 사람, 아주 잘 맞는 콤비 상하의 같아”라고 해주었다.

 

두 사람은 예전부터 자주 만나지도, 많은 말은 주고 받지도 않았다.

 

요즘도 가끔 만나면 “형, 별일 없으세요?” 하면 “응”하는 정도다.

 

두 사람 다 살가운 성격이 아니기도 하지만,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알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1970년대 말 송창식이 길게 했던 말은 지금도 양희은의 가슴에 뜨끔하게 살아 있다.

 

“나도 같이 갈 사람이 필요했어. 너라면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너는 노래가 전부가 아닌 것 같아.” 사실 ‘아침 이슬’ 이후 노래는 언제나 양희은에게 


부담이었다. 하지만 데뷔 직후 시작한 라디오 방송은 지금까지도 즐겁고 편하기만 하다.

 

“창식이 형은 그걸 꿰뚫어 보신 거지요. 오십을 넘기고도 해마다 공연을 하고,

 

새 노래를 만들면서 갈수록 그 말을 되새겨 보게 됩니다.”

 

송창식은 그 말과 더불어 항상 양희은의 마음에 자리하고 있다.

 

언젠가 양희은은 송창식의 노래를 불러 볼 생각이다.

 

양희은이 특히 좋아하는 ‘나그네’  ‘상아의 노래’  ‘밤눈’

 

리고 원래 자신에게 부르라고 주었던 ‘푸르른 날’ 등을 생각하고 있다.

 

“창식이 형이 반주를 해 주거나 같이 들어 준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요.”

 

30여년 전 금수강산에서 그랬던 것처럼.



한국일보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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