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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어딘가에 - '노래굿 공장의 불빛' 중에서

 

출처: http://kasmusa.com/music/Korean/SomewhereIntheWorld.html

 

 

 

김민기의 노래굿 '공장의 불빛'은 전과정이 '불법'으로 '비밀리에' 제작되었다.
1978년 송창식의 원효로 스튜디오에서 강근식, 조원익, 배수연, 이호준 등 일급 세션맨들에 의해 창에 커튼을 내린채 그 반주가 녹음되고, 이화여대 방송국 스튜디오에서 서울대 ‘메아리’, 이화여대 ‘한소리’, 경동교회 ‘빛소리’ 등이 동참해 제작된 후 원주 카톨릭 센터 스튜디오에서의 편집을 거쳐 2,000개의 '불법' 카세트 테이프로 제작되어(사전검열을 거부하였다) 손에서 손으로 배포되었다.

  

70년대 야만의 군부독재 시절 그의 이름이 붙은 노래, 공식적인 활동은 거의 금지되었던 김민기였기에 그 곁에만 있어도 공범으로 몰릴 수 있는 상황에서도 그의 스튜디오를 작업실로 내주었던 당시 최고 대중가요가수 송창식은 1990년 김민기가 주관한 ‘겨레의 노래’ 음반에서 마침내 이 노래를 불렀다.

(1980년 구로동 노동야학의 동료교사이자 이 노래굿의 음악작업에 참여했던 이화여대 진회숙이 가져온 이 테이프를 우리는 몰래 돌려가며 숨죽여 들었고, '공장의 불빛', '교대', '두어라 가자', '야근' 그리고 이 곡 '이세상 어딘가에'들을 따라 불렀다.)

 

 

 

 

이세상 어딘가에 있을까 있을까
분홍빛 고운 꿈나라 행복만 가득한 나라
하늘빛 자동차 타고 나는 화사한 옷입고
잘생긴 머슴애가 손짓하는 꿈의 나라

이세상 아무데도 없어요 정말 없어요
살며시 두눈 떠봐요 밤하늘 바라봐요
어두운 넓은 세상 반짝이는 작은 별
이 밤을 지키는 우리 힘겨운 공장의 밤

고운 꿈 깨어나면 아쉬운 마음 뿐
하지만 이젠 깨어요 온세상이 파도와 같이
큰물결 몰아쳐온다 너무도 가련한 우리
손에 손 놓치지말고 파도와 맞서 보아요

 


1978.. 공장의 불빛...

 

출처 :  http://blog.daum.net/pilgrimfortruth/213

 

 

김민기 노래굿 '공장의 불빛'

 

김민기의 노래굿(또는 노래극) '공장의 불빛'의 원곡과 개작(리메이크) 음반 전체를 이어듣기로 만들었습니다. 모든 곡은 저장을 하거나 개별곡을 들을 수 있도록 만들었으며 밑의 2004년 개작(리메이크) 음반의 제목과 대본에 있는 붉은색의 제목을 클릭하시면 됩니다. 단, 대본에 있는 '음모' 와 개작음반의 마지막곡 '이 세상 어딘가에 2'는 오른쪽 마우스를 이용하여 저장할 수 있습니다. 이 두 곡은 전곡이어듣기 재생시에 간혹 다음곡으로 건너 뛸 경우가 있습니다. '공장의 불빛' 당시 영상은 원본 화질이 좋지 못합니다.

 

1978년 원곡

 

공장의 불빛(1978) 01. 김민기 인사말
공장의 불빛(1978) 02. 편지
공장의 불빛(1978) 03. 교대/사고
공장의 불빛(1978) 04. 작업장
공장의 불빛(1978) 05. 야근
공장의 불빛(1978) 06. 공장의 불빛
공장의 불빛(1978) 07. 음모/선거
공장의 불빛(1978) 08. 두어라 가자
공장의 불빛(1978) 09. 이 세상 어딘가에 1
공장의 불빛(1978) 10. 아침바람
공장의 불빛(1978) 11. 이 세상 어딘가에 2

 

2004년 개작(리메이크) 음반

 

공장의 불빛(2004) 01. 서곡 (Overture) - 이은
공장의 불빛(2004) 02. 편지 - 이지영
공장의 불빛(2004) 03. 교대 1 - 이승렬 & 이지영
공장의 불빛(2004) 04. 교대 2 - 이승렬 & 이지영
공장의 불빛(2004) 05. 야근 (with 남상일 장현성, 김학준, 구원영, 방진의, 합창A) - 이소은

공장의 불빛(2004) 06. 공장의 불빛 - 이은, 합창B

공장의 불빛(2004) 07. 선거테마 - 정재일

공장의 불빛(2004) 08. 음모 (with 남상일) - 이적
공장의 불빛(2004) 09. 돈만 벌어라 (with 남상일) - 정재일
공장의 불빛(2004) 10. 전야 (with 합창A) - 이적
공장의 불빛(2004) 11. 노조설립 (with 정재일, 합창A, 합창B) - 전인권
공장의 불빛(2004) 12. 난입 - 정재일
공장의 불빛(2004) 13. 유린 - 이소은
공장의 불빛(2004) 14. 두어라 가자 - 이지영
공장의 불빛(2004) 15. 재기 - 남상일, 합창A
공장의 불빛(2004) 16. 이 세상 어딘가에 1 - 이지영

공장의 불빛(2004) 17. 연행 - 정재일
공장의 불빛(2004) 18. 해고 - 이적
공장의 불빛(2004) 19. 아침바람 - 이지영
공장의 불빛(2004) 20. 이 세상 어딘가에 2 (with 정재일, 이승렬, 이지영, 합창B)

 

김민기 노래굿 '공장의 불빛' -  원곡, 개작(리메이크)곡 전곡듣기

 

        

 

'공장의 불빛' 대본

 

김민기 인사말

 

편  지  

언니 : 미영이가 방학을 했겠군요. 공연히 딴 마음 먹지 말고(기침) 꼭 고등학교에 갈 생각하라고 그러세요. 뒤는 언니가 책임지고...... 책임지고......

* 전조(前組) 작업 종료 벨소리

 

교대  

언            니 : 모두들 자니? 일 나갈 시간 얼른 얼른. 교대할 시간
영            자 : 달도 없고 파리한 별빛 밤바람 차네 옷들 껴 입고
남자동료들 : 캄캄한 골목. 아무도 없다. 하기야 한밤중에 다들 잘테지......
여자동료들 : 수위실
남자동료들 : 경비원 둘이
영            자 : 뱁새눈하고
여자동료들 : 노려다 보네
남자동료들 : 세파트 한 놈 난로에 졸고
여자동료들 : 수은등도 추워
순            이 : 파랗게 떠네......
남자동료들 : 시커먼 굴뚝 버티고 섰고
여자동료들 : 앙상한 가지
남 녀  모 두 : 무서워!

 

사고

* 싸이렌 소리

언니 : 아범이 일을 하다가 손을 다쳤어요

 

작업장  

영        자 : 싸늘한 계단 새하연 회벽
언        니 : 회사에 다니다 보면(기침) 아주 흔히들(기침)
영        자 : 형광등 소리 진저리 친다
언        니 : 있는 일이예요(기침)
남녀모두 : 기계소리도 잠시만 쉬고
언        니 : 아무...... 아무 걱정마세요(기침) 기술은 더 써먹을 수(기침)
남녀모두 : 오늘밤도 하루 일터로 가네
언        니 : 없게 되었지만(기침)

                   좀 편한 자리라도(기침)

                   좀 수월한 자리라도 해줄지(기침)
남녀모두 : 일터로 가네, 일터로 가네, 일터로 가네
언        니 : 몰라요(기침)
깡  패  들 : (휘파람소리)

* 야간작업 시작 벨소리

 

야  근  

여자동료들 : 서방님의 손가락은 여섯 개래요. 시퍼런 절단기에 뚝뚝 잘려서 한 개에 오

                       만 원씩 이십만 원을 술 퍼먹고 돌아오니 빈털터리래
남 녀  모 두 :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여자동료들 : 울고 짜고 해봐야 소용 있나요? 막노동판에라도 나가봐야죠. 불쌍한 언니

                       는 어떡하나요? 오늘도 철야 명단 올렸겠지요......
남 녀  모 두 :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여자동료들 : 돈 벌어 대는 것도 좋긴 하지만 무슨 통뼈 깡다구로 맨날 철야유? "누구든

                       하고 싶어 하느냐"면서 힘없이 하는 말이 폐병 삼기래
남 녀  모 두 : 남 좋은 일 해 봐야 헛거지 고생하는 사람들만 손해야
옥            이 : 그거야 특별한 경우겠죠 병 걸려 있으니까 그런 거죠
영            자 : 삼 년만 지내보면 알게 될 거다! 귀머거리 폐병쟁이 누구 누군지
여자동료들 :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옥            이 : 일하기 싫으면 관두래지 뭣하러 공순이는 되었남
여자동료들 : 누구는 좋아서 되었나 가난한 집에서 난 죄지
남 녀  모 두 :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옥            이 : 그거야 순전히 댁 사정이죠 공연히 남들 핑계 대지 말아요 묵묵히 참으면

                       서 일만 하세요 윗분들이 잘 알아서 해줄 거예요
남 녀  모 두 : 야- !
여자동료들 : 세상 물정 하나도 모르네 시골에서 갓 올라온 촌뜨기
남자동료들 : 사장님네 강아지는 감기 걸려서 포니 타고 병원까지 가신다는데
여자동료들 : 우리들은 타이밍 약 사다 먹고요 시다 신세 면할 날만 기다리누나
남 녀  모 두 : 월급 봉투 누런 봉투 빈 봉투 구멍가게 지나갈 땐 돌아가지

남 녀  모 두 : 내일이면 선거날 노동조합 만드는 날
                       날만 새봐라 선거날 노동조합 만드는 날
                       우쭐우쭐 들먹들먹 신 바람나네
                       날만 새봐라 선거날 노동조합 만드는 날
                       세워 세워 세워 세워
                       세워 세워 세워 세워 세워
                       세워!
옥            이 : 야- 이 불평밖에 할 줄 모르는 천치들아-
                       너희들이 뭘 안다구 그래-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될 것 아냐!
                       노조는 무슨 놈의 얼어죽을 노조야-
여자동료들 : 지가 무슨 여대생이나 된 것 같네
                       바보가 아니라면 돌은 애야
                       이 옷을 만들며는 누가 입나요
                       사장님 사모님이 사서 입나요
                       코쟁이 노랑머리 사서 입나요
                       우리들은 작업복만 어울린대요
                       만들어 입어봐도 못 입네
남자동료들 : 우- 우- 우- 우-
여자동료들 : 빛깔 좋은 개살구 개살구
남자동료들 : 우- 우- 우- 우-

 

[ 노래 : 공장의 불빛 ]  

순         이 : 예쁘게 빛나던 불빛, 공장의 불빛
                    온데 간데도 없고 ??뿌연 작업등만
남녀 모두 : 이대로 못 돌아가지, 그리운 고향 마을
                    춥고 지친 밤 여기는 또 다른 고향
                    여기는 또 다른 고향

 

음 모  

과             장 : 요번 달 목표액은?
비             서 : 목표 목표
사             장 : 백만 불 더 잡았지
비             서 : 백만 불 백만 불
사             장 : 선적일 맞추겠나?
비             서 : 선적일 선적일
과             장 : 조지면 될 테지요
비             서 : 조져 조져
사             장 : 조지면 된단 말인가?
비             서 : 조져 조져
과             장 : 조지면 될 테지요
비             서 : 조져 조져
사             장 : 조지면 된단 말이지?
비             서 : 조져 조져
과             장 : 아 조지면 된다니까요!
비             서 : 조져-
사             장 : 노조가 결성되면?
비             서 : 노조? 노조?
과             장 : 그 짓도 끝장이죠
비             서 : 안되지 안되지
사             장 : 우리가 세운 애는?
비             서 : 세워 세워
과             장 : 가망이 없소이다
비             서 : 왜 없어 왜 없어
과             장 : 가망이 없는데요
비             서 : 왜 없어 왜 없어
사             장 : 안 하면 될 것 아닌가?
비             서 : 하지마 하지마
과             장 : 통고도 받았는데
비             서 : 통고? 통고?
사             장 : 없었던 일로 해!
비             서 : 웃기지 마-
과             장 : 막 밀고 나온다면
사            장  : 강제로 해산시켜! 질서는 그 애들이 애당초 흐렸으니 회사가 살아야지
비             서 : 회사 회사
과             장 : 갸들도 살게 되죠
비             서 : 갸들 갸들
사             장 : 우리는 더 잘 살지
비             서 : 우리 우리
과             장 : 애들을 모을까요?
비             서 : 애들 애들
과             장 : 깡패를 부를까요?
비             서 : 깡패 깡패
사             장 : 돈 줘서 싫다는 놈
깡패들,비서 : 돈? 왜 싫어
과             장 : 아직은 못 보았죠
깡패들,비서 : 돈? 왜 싫어
사             장 : 돈 줘서 싫다는 놈
과             장 : 돈 줘서 싫다는 놈
깡패들,비서 : 돈? 왜 싫어
사             장 : 아직은 못 보았지
과             장 : 아직은 못 보았죠
깡패들,비서 : 돈? 왜 싫어
사장,과장,비서 : 후 후 후 후 후
사             장 : 옛다!
깡     패    들 : 허이구
여자 동료들 : 저 저 저 저 더러운 돈!

깡    패     들 : 개같이 벌어랬다 돈만 벌어라
                        더러운 돈 좋아하네 돈만 벌어라
                        새 돈 헌 돈 따로 있나 돈만 벌어라
                        아무거나 시키세요 돈만 벌어라
                        인정 찾고 양심 찾고 개소리를 허덜 마라
                        정승처럼 쓰면 됐지 돈 벌어 돈만 벌어 돈-
여자 동료들 : 뼈 빠지게 벌어준 돈
남 녀   모 두 : 돈- 돈- 돈- 돈-
여자 동료들 : 우리한테는 못 오는 돈
남 녀   모 두 : 돈- 돈- 돈- 돈-
여자 동료들 : 깡패 사는 데 쓰는 돈
남 녀   모 두 : 돈- 돈- 더러운 돈-
여자 동료들 : 우리를 마구 해칠 돈
남 녀   모 두 : 더러운 돈- 돈- 돈-
여자 동료들 : 힘들 내여 힘들 내여
남 녀   모 두 : 불끈불끈 힘 내(박수)
여자 동료들 : 기죽지 말고 기죽지 말고
남 녀   모 두 : 불끈불끈 힘 내(박수)

 

선 거

남 녀  모 두 : 미싱사 재단사 모여라
                       조합 만들어 세우자
                       우리도 이제는 안 속아
                       똘똘 뭉쳐서 해보자
여자동료들 : 우쭐우쭐 들먹들먹 신바람나네
남자동료들 : 우- 아- 우- 아-
남 녀  모 두 : 공돌이 공순이 모여라

                       노동조합 만들자
여자동료들 : 꽝꽝 만들어 높이 세워서
남자동료들 : 꽝! 꽝! 세워 세워 세워 세워
여자동료들 : 큰소리도 쳐보면
남자동료들 : 세워- 큰소리 큰소리 큰소리 큰소리
남 녀  모 두 : 사장님도 전무님도 인상 푹푹 쓰시고
                       작업장에는 웃음꽃이 활짝활짝 피네
                       딴따다다다 딴따다......
여자동료들 : 꽝꽝 만들어 높이 세워서
남자동료들 : 꽝! 꽝! 세워 세워 세워 세워
여자동료들 : 큰소리도 쳐보면
남자동료들 : 세워- 큰소리 큰소리 큰소리 큰소리
남 녀  모 두 : 딴따다다다 딴따다......
                       딴따다다다 딴따다......
여자동료들 : 세워 세워 세워 세워

깡    패    들 : 개같이 벌어랬다 돈만 벌어라
                       더러운 돈 좋아하네 돈만 벌어라
                       새 돈 헌 돈 따로 있나 돈만 벌어라
                       아무거나 시키세요 돈만 벌어라
                       인정 찾고 양심 찾고 개소리를 허덜 마라
                       정승처럼 쓰면 됐지 돈 벌어 돈만 벌어
                       아- 아-
여자동료들 : 세워- 아-
언            니 : 당신들이 뭔데 남의 일에 끼여들어서 난리야 난리가-
                       할 일 없으면 집에 가서 발이나 닦고 자라구-
깡    패    들 : 아-
여자동료들 : 아-

 

[ 노래 : 두어라 가자 ]   

언            니 : 두어라 가자 몹쓸 세상 설운 거리여 두어라 가자
                       언 땅에 움 터 모질게 돋아 봄은 아직도 아련하게 멀은데
                       객지에 나와 하 세월도 길어 몸은 병들고 갈갈이 찢겼네
                       고향집 사립문 늙은 오매 이제 내 가도 받아줄랑가- 줄랑가-

여자동료들 : 힘들 내여 힘들 내
남 녀  모 두 : 힘 내여 힘 내
여자동료들 : 기죽지 말고 힘 내
남자동료들 : 힘 내여 힘 내
영            자 : 요대로 사느니 뒈져야지
남녀 모두  힘들 내여 힘 내
여자동료들  죽지는 말고 힘 내
남자동료들  힘들 내여 힘들 내
언  니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남녀 모두  불끈불끈 힘 내
                 불끈불끈 힘 내

 

[ 노래 : 이 세상 어딘가에 1 ]  

남 녀  모 두 :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까? 있을까?
                       평등과 평화 넘치는
                       자유의 바닷가
                       큰 물결 물아쳐 온다
                       너무도 가련한 우리
                       손에 손 놓치지 말고
                       파도와 맞서 보아요~

깡    패    들 : 아- 돈 벌어 돈만 벌어 돈 벌어 돈만 벌어......
옥            이 : 반반하게 생긴 년은 화냥질 가서 몸 망치고 쫓겨나면 어디로 가고
영            자 : 무식한 년 공장 와서 노조 만들다 쫓겨나면 어디메로 흘러간다냐
과            장 : 공고, 아래 사람들은 무단 결근자로서 사칙을 위반하였기에 퇴사 조치함.
                       아래. 가, 나, 다, 라, 마, 바, 사, 아, 자, 차, 카, 타, 파, 하.
여자동료들 : 우-
남자동료들 : 우-

 

[ 노래 : 아침바람 ]  

여자동료들 : 아침바람 찬 바람에
                       울고 가는 저 기러기
                       우리 엄마 살아 생전
                       옆서 한 장 써주세요
남 녀  모 두 : 우-

 

[ 노래 : 이 세상 어딘가에 2 ] 

옥            이 :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까 있을까
                        분홍빛 고운 꿈나라
                        행복만 가득한 나라
                        하늘빛 자동차 타고
                        나는 화사한 옷 입고
                        잘 생긴 머슴애가 손짓하는 꿈의 나라

언             니 : 이 세상 아무데도 없어요 정말 없어요
                        살며시 두 눈 떠 봐요
                        밤하늘 바라봐요
                        어두운 넓은 세상
                        반짝이는 작은 별
                        이 밤을 지키는 우리
                        힘겨운 공장의 밤

남 녀  모 두 : 고운 꿈 깨어 나면 아쉬운 마음뿐
                       하지만 이제 깨어요
                       온 세상이 파도와 같이
                       큰 물결 몰아쳐 온다
                       너무도 가련한 우리
                       손에 손 놓치지 말고
                       파도와 맞서 보아요

 

 

▲ KBS 인물현대사 '공장의 불빛 김민기'

 

 

# 1978. 겨울 [공장의 불빛]

이화여대 방송반 스튜디오. 서울대 메아리, 이화여대 한소리, 경동교회 빛바람 중창단 등 일군의 젊은이들의 노래 녹음이 극도의 긴장 속에 진행되고 있었다. 야음을 틈타 가수 송창식의 개인 스튜디오에서 담요로 창문을 가린 채 강근식, 배수연, 조원익 등 당대의 뮤지션들이 연습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급박하게 녹음한 반주 위에 실린 이들의 노래는 원주 카톨릭 센터 스튜디오에서의 편집을 거쳐 2,000개의 불법 카세트 테이프로 배포된다. 앞면에는 노래가 뒷면에는 반주가 담긴, 한국교회사업선교협의회의 후원으로 제작된 이 카세트 테이프는 오랫동안 복제에 복제를 거듭하며 대학가와 노동현장으로 퍼져나간다.

 

# 2004. 가을 [공장의 불빛]

KOCCA Studio. 이지영, 이소은, 이승렬, 이은, 이적, 남상일 등 젊은 가수들과 록커 전인권의 노래, 국악 오케스트라에서 현악 오케스트라, 브라스, 사물이 이르기까지 다양한 악기로 충실하게 구현된 [공장의 불빛]의 마스터링이 진행되고 있었다. 2002년 겨울 최초의 기획 이후 우여곡절을 거쳐 22살의 젊은 음악인 정재일에 의해 리메이크 되기까지의 짧지않은 과정이 그리고 78년 이후 작사·작곡자 김민기를 짓눌러온 “불행한 때에 태어난 자식을 어디 보육원에 맡겨 놓고 아직 못 찾은 것 같은” 길고 오랜 죄책감이 그 끝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리메이크 2004 [공장의 불빛] CD - 김민기와 정재일의 만남

 

2002년 겨울부터 시작된 [공장의 불빛] 리메이크 작업은 이 작업을 총괄할 편곡자의 섭외로 적지않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다양한 스타일과 장르가 담긴 [공장의 불빛]을 작품의 무게에 눌리지 않고 21세기의 색깔로 자유스럽게 표현해 내기를 바랬던 김민기와 최종적으로 조우한 사람은 만 22세의 정재일 이었고, [공장의 불빛]이 녹음되던 1978년에는 태어나지도 않았던 정재일에 의해 2004년 [공장의 불빛]은 음악 자체로 온전히 부활하게 된다.

 

3살 때부터 피아노를 접하면서 클래식의 기초를 다진 정재일은 10세 때 기타라는 악기에 매료되어 어린나이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밴드생활에 접어들었고 여러 가요 음반 및 공연, 영화 OST앨범 활동을 통해 만만치 않은 이력을 쌓아왔다. 2004년 첫 앨범 [눈물꽃]을 선보인 바 있는 그는 3-4분 단위의 개별 곡들로 이루어지는 기존 음반들과는 달리 각 노래가 40여분 동안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작품전체의 호흡을 놓치지 않고 끌어가야 하는 쉽지 않은 [공장의 불빛] 리메이크 작업을 나이답지 않은 긴 호흡을 선보이며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정재일과 [공장의 불빛] : 첫 만남

 

”아름답고 단순한 기타선율에 읊조리는 목소리 그 안의 깊은 노랫말”로 인해 김민기의 음악을 긱스 활동시절부터 흠모해왔던 정재일에게도 [공장의 불빛]을 처음 듣고 난 이후의 느낌은 또 다른 충격, 그 자체로 그때까지 그가 알던 김민기의 작품들과는 너무도 다른 것이었다. (‘공장의 불빛’이나 ‘이 세상 어딘가에’에서는 원래 그가 알던 음악의 느낌을 받기도 하였지만.) “굉장히 불안하고 분노에 가득찬 듯한 음들... 당시로서 뿐만 아니라 지금 이 시대에 들었을 때도 전위적이고 과격한 음들... 가장 처음으로 나오는 것은 김민기의 멘트, 그 뒤를 이어 불협화음으로 이루어진 아날로그 신디사이저 음들, 또 뒤를 따르는 아주아주 불길한 목소리로 쓰여지는 ‘편지’... 마치 영화 [지옥의 묵시록]에 나오는 음악 같기도 하고 [노스탤지어]의 노교수가 분신할 때의 장면도 떠올리게 하는.. ‘교대’에서는 핑크 플로이드를 떠올리게도 하는..” 이것이 정재일이 처음으로 만난 [공장의 불빛]의 느낌이었다.

 

정재일과 [공장의 불빛] : 새로운 호흡과의 만남

 

이렇듯 복잡한 첫 인상 속에서 듣고 듣고 듣고 또 들어도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는, 도무지 감조차 잡을 수 없을 정도로 괴롭고 힘든 시기를 지나고 정재일이 [공장의 불빛] 리메이크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은 잘하려는 욕심, 훌륭하고 감동적인 작품을 만들려는 욕심을 모두 버린 후 였다. 이후 그는 생각이 나는 데로 두서없이 좋든 나쁘든 여러 아이디어를 마구 쏟아내기 시작했고 한번의 정리과정을 거쳐 2004년 [공장의 불빛]의 색깔을 만들어갔다.

 

자신이 알고 있던 모든 장르, 스타일, 다룰 수 있는 모든 악기들을 동원하고, 감성과 이성을 총동원, 그동안 너무나 시도해 보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어 시도하지 못했던 조합과 실험을 시도했고 결국 작품의 중심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그의 색깔을 입힌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냈다.

 

Remake [공장의 불빛] by 정재일

 

정재일은 억압 받고 멸시당하는 노동자들의 마음이 집시음악과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공장의 불빛] 모티브를 발칸반도의 영화들 - [집시의 시간]이나 [영원과 하루] 같은 영화들에서 찾았다. 한편으론 익살스럽고 또 한편으론 너무나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그러면서도 처절하고 또 신비로운 그런 느낌이 그가 입히고자 한 [공장의 불빛]의 색깔이었다. 핑크 플로이드의 [The Wall]에서 차례로 소시지 기계로 들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교대’는 쓸쓸하게 교차하는 극한의 분노와 좌절감을 이지영과 이승렬의 목소리로 표현해냈다. 온갖 아프리카 타악기와 장고들, 전자음, 그리고 찢어질듯한 기타 소리의 배치와 정재일, 남상일의 포효하는 듯한 목소리에서 전해지는 사악한 느낌이 인상적인 ‘돈만 벌어라’는 익살스러움과 과격함의 균형이 돋보인다. 수재천의 정갈하고 느린 호흡에 오케스트라의 선율이 얹힌 ‘두어라 가자’는 구사대에 의해 유린당한 후 남겨진 폐허에서의 극도의 허탈함과 모든 감정을 초월하여 홀로 있는 듯한 아련한 느낌이 배어 있다. 일반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곡들 중 하나인 ‘이 세상 어딘가에 2’는 전반부의 웅장하고 희망찬 분위기와 대조적으로 슬픈 바이올린 선율이 fade out 되면서 마치 긴 꿈을 꾼 후 제자리로 돌아오는 느낌의 마무리가 인상적이다. 

 

 

김민기를 도와준 송창식

 

월간 신동아

 

당시 김민기는 1977년 군에서 제대해 경기도 부평 근처의 완구공장에 창고 관리직으로 취직했지만, 곧 해고당하고 세칭 ‘노가다’로 연명하던 중에 ‘공장의 불빛’을 녹음했다. 그러나 유신정권에 ‘위험인물’로 찍힌 김민기가 음반작업을 하기는 어려웠다. 이 상황에 그에게 실낱 같은 희망을 제공한 사람이 바로 송창식이었다. 용산 원효로에 있던 자신의 개인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것이다.

 

김민기 곁에만 있어도 공범으로 몰릴 수 있는 상황에 그에게 작업실을 내주었다는 것은 엄청난 용기였다. 만약 당시 중앙정보부에서 이 사실을 알았다면 그도 피바람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무덤을 딛고 ‘살아남은 자’가 갖는 인간적 죄의식을 해소하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송창식은 김민기가 당시 동일방직 사건을 소재로 노래굿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는 얘기도 있다(만약 알았더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지만 당시 최고 가수인 송창식이 기꺼이 스튜디오를 내주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제몫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공장의 불빛’을 주조해낸 김민기도 위대하지만 그것을 만들 기회를 마련해준 송창식도 똑같이 위대하지 않을까.

 

송창식의 개인 스튜디오에서 조원익의 세션으로 녹음하고 이대 라디오방송국에서 노래녹음과 믹싱을 마친 ‘공장의 불빛’은 열악한 기자재로 인해 음질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공장의 불빛’은 한국교회선교사협회 후원으로 제작돼 일부 테이프가 배포되면서 관계당국의 주목을 받았다. 이 때문에 관계기관 대책회의까지 열렸으나 당국은 제2의 김지하 사태가 일어날까 우려해 아예 무시하고 덮어버리게 된다.

 

김민기는 이런 사태를 예견하고 원본과 두 개의 복사본을 만들어 모처에 숨기고, 고문을 받더라도 실토하지 않기 위해 그 장소를 잠재의식 속에서도 잊어버리도록 자신에게 최면을 걸었다(잊어라 아주 잊어버려라!). 하지만 그 최면은 너무나도 완벽했다. 정말 원본을 어디다 감추었는지 깡그리 잊어버린 것이다. 이 어인 일? 누구 말대로 지하에서 뿜어 올린 저항성의 불꽃이 다시 지하에 생매장된 셈이었다.

 

1990년 김민기가 주관한 ‘겨레의 노래’ 음반에 송창식은 다시 ‘공장의 불빛’의 마지막 부분인 ‘이 세상 어딘가에’를 불러 역사적 음반의 오리지널 스태프(?)로서 권리와 의무를 다했다. 피리를 부는 신비한 이 사나이야말로 1970년대를 살아간 모든 사람의 가슴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으면서도 자기 내면에서 힘겨운 투쟁을 전개한 인물일 것이다.

 

깊은 "지하"에서 뿜어올린 비판정신의 "활화산"

 

강헌(대중음악평론가)

 

"이 테이프는 한국교회 사회선교협의회가 제작한 노래굿 〈공장의 불빛〉 테이프입니다. 뒷면의 반주 테이프를 틀어놓고 그것에 맞추어 몇 사람의 근로자들이 노래와 춤으로 재미있게 꾸밀 수 있을 것입니다."

 

10월 유신과 함께 기약없는 정치적 요시찰 대상자가 된 김민기의 사뭇 긴장된 목소리가 흘러 나온 뒤 사십분 남짓 이어지는 이 조악한 음질의 '노래굿' 테이프는 한국 대중음악사상 가장 깊은 지하에서 제작되었으면서도 가장 높이 불타 오른 비판정신의 극점이 되었고 아직껏 그 자신을 넘어설 후임자를 찾지 못했다. 문학에 김지하의 <오적>이 있었다면 음악엔 이 <공장의 불빛>이 있었다.

 

경기고 재학시 책상 밑으로 〈오적〉을 돌려 읽었다는 김민기가 십여년 뒤 바로 자신의 손에 의해 그에 필적하는 저항의 오선지가 분만될 줄을 예상이나 했을까? 서두의 짧은 편지 내레이션을 제외하면 음악적 연관성으로만 긴밀하게 엮어진 이 믿을 수 없는 작품을 단순히 70년대의 대표적인 노조 탄압 사태의 하나인 동일방직사건을 소재로 한 ‘선전극’의 형태로 한정하는 것은 가장 결정적인 오판이 될 것이다.

 

이 작품의 진정한 속살은 다시 트로트와 영합한 주류 대중음악의 매너리즘과 대학가요제라는 ‘관제’ 딱지가 붙은 대학의 노래문화의 지형도를 근본적으로 전복하는 음악 질서 그 자체의 ‘얼터너티브’ 정신에 있다. 그리고 이 문제제기는 바로 80년대의 진실을 운반하고자 했던 모든 가객들이 극복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정표가 된다. 어둡고 초라한 악절의 집요한 반복으로 구성된 <교대>, 주로 군대사회에서 구전되는 선율을 빌려 노동자 간의 미묘한 대립점을 탁월하게 형상화한 <야근>, 동요적 순결성과 제련된 언어 감각이 결합된 <공장의 불빛>, 레시터티브(敍唱) 스타일을 말 그대로 한국적으로 풀어낸  <음모>, 진양조의 민요적 감수성을 현대적으로 재창출해 낸 <두어라 가자>, 그리고 익히 알려진 <이 세상 어딘가에>.

 

이 다양한 스타일을 한 줄로 꿰뚫는 핵심은 우리말 속에 있는 선율과 리듬의 법칙이다. 그의 노래가 서정적이거나 익살적일 때조차도 부르는 입에 착착 감겨드는 것은 바로 그와 같은 이 작곡가의 유일무이한 원칙 때문이다.

 

이것은 그럴 듯한 선율을 만들어 놓고 역시 그럴 듯한 노래말을 붙여 해결하려는 안이한 작곡 기법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세계이며 또한 그것은 우리가 중심지대중음악의 무의식적 지배 사슬로부터 독립하기 위한 첫번째 필요충분조건이기도 한 것이다.

 

이 작품이 태어난지 17년이 흘렀건만 공식적으로는 아직 ‘리바이벌’도 ‘리메이크’도 되지 못했다. 1993년 그의 노래들이 4 장의 음반으로 묶일 때도 이 역사적인 '노래굿'은 제외되었다.  다만 이 노래굿의 맨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 세상 어딘가에>가 1990년 김민기가 주관한 '겨레의 노래'에 송창식과 조경옥, 그리고 노찾사의 목소리로 담겨 있을 뿐이다.

 

이 작품의 후속 사건은 1984년 어린이용 뮤지컬 <사랑의 빛>이라는 제목으로 착수되었다가 1995년 가을에 이르러서야 록 오페라 <개똥이>로 마침내 완성되었다. 그는 그의 뒤에 오는 이들에게 가장 많은 숙제를 남긴, 그러나 여전히 그 숙제를 지치지 않고 풀고 있는 우리 대중음악사의 반디인 것이다.

 

이불뒤집어쓰면서 들었던 비합법카세트테이프의 원조를 아시나요?

 

이영미의 민중가요 이야기(민중의 소리 지금은 노동자시대)
 
70년대후반의 민중가요이야기, 날이 갈수록 흥미진진해진다면 저만의 생각은 아니겠죠? 지난주에 김민기의 '상록수' 와 '늙은군인의 노래' 에 얽힌 이야기를 전해드렸는데요. 오늘은 '공장의 불빛' 이라는 작품에 대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보도록하죠. 

 

'공장의 불빛' 에 대해 얘기는 많이 들어는봤는데 이게 도대체 뭔지, 노래의 하난지 아니면 긴 노랜지, 연극작품의 하나인지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으시죠? 하지만 모두 맞습니다. 이 작품은 35분정도의 노래극입니다. 요즘으로 말하면 뮤지컬이라고 할수있겠네요. 처음부터 끝까지 대사는 거의 없고 노래로 줄거리가 엮어지고 인물과 사건이 있습니다. 그 작품전제의 제목이 '공장의 불빛이' 구요. 

 

△ '채희완과 탈춤패' 한두레를 거쳐간 사람들 맨 앞줄 왼쪽부터 김경란, 김순진 둘째줄 왼쪽부터 김성기, 김명곤, 채희완, 박현경, 남성기, 백귀순, 이연형, 김민기 맨 뒷줄 왼쪽부터 임명구, 박일민, 이종현, 박정곤, 백규서 ⓒ

 

1978년에 당시 '한두레' 라는 팀이 있었는데 현재 극단등록이 되어있는 '놀이패 한두레' 는 아니고 그 전신입니다. 83년까지의 '한두레' 는 극단등록이 되어있었던 것이 아니라 대학에서 탈춤반 혹은 연극반에서 좀더 진보적인 마당극을 하고자하는 사람들의 모임이었어요. 김민기, 임진택, 이혜주, 장선우씨도 다 '한두레' 멤버였죠. '한두레' 가 만든 공연이 공장의 불빛이었고 창작을 주도했던 것은 역시 김민기씨였구요. 그 중에 '공장의 불빛' 이라는 노래도 있는데요. 먼저 좀 더 연극적인 노래를 먼저 들려드릴까해요. 
   


△ '공장의 불빛' 은 동일방직사건이라는 70년대 후반 노동운동에 있어서의 중요한 사례에 입각하여 본격적인 노동문제를 다루고 있다.

'음모' 라는 노래인데요. 맥락은 이렇습니다. 주인공은 '언니' 라는 인물로, 결혼한 여성 노동자로 설정이 되어있어요. 그 남편은 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손가락이 짤렸죠. "서방님의 손가락은 여섯개래요 시퍼런 절단기에 뚝뚝 짤려서 한개에 오만원씩 이십만원에 술퍼먹고 돌아서니 빈털털이래" 라는 아주 유명한 가사가 나옵니다. 이 '언니' 는 돈벌어서 동생들도 먹여살려야하고 시골에 돈도 부쳐야합니다. 이런 가사가 또 나오죠. "울고짜고해봐야 소용있나요 막노동판이라도 나가봐야죠 불쌍한 언니는 어떡하나요 오늘도 철야명단 올렸겠죠" 결국 그 언니는 폐병3기에 걸려서 쿨럭쿨럭하고있는 상태에 이릅니다. 도저히 견딜수 없어서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고자 합니다. "세워 세워.." 하면서 노동자들은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사장과 관리자들은 돈으로 깡패들을 사서 노조를 깨려고하는 음모를 벌입니다. 
   
이 작품은 무대에서 실제로 올려졌었어요. 그 당시에는 또 영상으로 촬영하는 게 쉽지않은 일이었었는데요. '한두레' 에 관여하고있었던 임진택씨가 TBC방송국의 프로듀서였어요. 기록을 남겨두기 위해서 방송국의 카메라를 들고 이대방송국스튜디오에서 녹화를 위해서 한번 공연을 했었어요. 흑백이고 화질도 굉장히 나쁘지만 그 당시 공연모습을 볼수있다는 건 매우 놀라운 일이죠. 노동조합을 만들고 또 탄압을 당하고 70년대후반 당시에는 어마어마한 이야기를 잡혀갈 각오를 하고 김민기씨가 노래극을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 '공장의 불빛' 의 대본 중 일부

여기에서 그치지않고 조그만 카세트테이프에다가 대본 전체를 실었습니다. 속지에다가 깨알같은 글씨로 인쇄를 해서 접으면 쏙 들어가게 만들었어요. 그걸 펴면 35분의 전체 대본이 쫙 펼쳐집니다. 이것이 바로 그 이후 80년대 그 흔한 민중가요 비합법 카세트테이프의 원조격이라고 할수있습니다. 도시산업산교회에서 만들었으니까 팔거나 돌리긴 했었는데요. 이걸 어디 가게서 팔수도 없는 거구요 어쨌든 입에서 입으로 혹은 빌려서 듣곤했어요. 저도 79년에 대학에 들어가서 선배가 가지고있던 것을 빌려서 집에서 이불뒤집어쓰고 들었습니다. 1면에는 전체 노래까지 부른게 들어가있구요. 2면에는 반주음악만 들어가있어요. 
   
김민기씨의 의도는 그런거죠. "이걸 가지고 1면을 들으면서 노래를 익히고 2면 반주음악을 틀어놓고 극을 한번 해봐라" 
   
그런데 실현가능성은 별로 없는거였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노래가 너무 어렵습니다. 또 노동자들의 감각과 꼭 잘 맞는것도 아니구요. "서방님의 손가락은 여섯개래요..." 이런 내용은 사실 현실성이 있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그걸 당한 사람 자신이 입에 올려서 부른다는 것은 너무나도 끔찍한 일이죠. 몇곡의 노래들, 예를 들어서 '이세상 어딘가에' 같은 노래들은 노동자들 사이에서 불려지기도 했습니다. 

 

'음모' 의 일부분 들어보시죠. 
   
음모 듣기 
   
"어, 뮤지컬하네~ " 이런 느낌이죠. 들어보시면 대개 전자악기를 썼는데요. 당시에는 김민기씨도 그렇고 대부분 통기타를 썼었거든요. 들으신대로 이렇게 많은 전자악기를 쓰려면 굉장히 큰 스튜디오가 필요해요. 그런데 나중에 들은 얘기입니다만 이 당시 악사들을 모아놓고, 가요계 여러 친구들이 도와줘서 스튜디오를 빌려서 그냥 녹음을 했대요. 그러니까 악사들은 뭘 녹음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따로 반주만 녹음한거예요. 그리고나서 노래를 부를 대학생들, 서울대 메아리 학생들, 주위에 노래를 잘하는 아이를 모아서 연습을 시켜서 녹음을 한거죠. 그렇게 따로따로 녹음을 하니까 나중에 음이 너무 높아서 음이 안올라가는게 생기는거예요. 노래를 들어보면 고음에서 소리가 안 올라가서 거의 악을 쓰고 그런 흔적들이 남아있습니다. 
   
다음 들려드릴 노래는 '공장의 불빛' 이라는 노래입니다. 타이틀 곡인데요. 아주 곱고 예쁜 노래예요. 공장에 밤이 오고 사람들은 지쳐있는데 하지만 고향에 돌아갈수 없는 자신의 심정을 여성합창으로 3박자 왈츠로 부른 아주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곡입니다.

 

공장의 불빛 듣기

 

김민기의 [공장의 불빛]의 개작(리메이크)과 재발매에 대한 만감

 

신현준(음악평론가, 황해문화 2004.11)
 
최근 동아시아 출신의 학자들과 문화예술인들과 평론가들이 참여한 행사를 조직한 일이 있다. 그들과 동아시아 각국의 음악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소 뜻밖의 말을 들었다. 베트남에서 온 한 문학평론가가 김민기의 노래에 대해 "가사의 뜻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나는 듣자마자 그 노래들을 사랑하게 되었다"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김민기의 노래를 어떻게 듣게 되었는가'라고 물어 보자 "알고 지내는 한 한국인 친구의 집에 방문해서 우연히 들었다"고 말했다. 일본이나 중국의 지식인들 가운데 김민기의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베트남처럼 한국과 동떨어져 있던 사람에게서 저런 반응이 나오는 것은 의외가 아닐 수 없었다.

 

그의 반응을 얼마나 일반화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저런 반응은 그의 사회적 지위와 개인적 감성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는 "자기 주위의 사람들이 김민기의 노래를 들을 기회가 있다면, 그들 역시 나와 비슷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라고 확신있게 말했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김민기의 노래는 동아시아 현대 문화의 보편성을 획득한 작품일까라고. 이런 질문을 현재의 맥락에서 다시 정식화한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의 형식을 취할 것이다. '상업적으로 기획된 문화 패스트푸드'라는 '한류(韓流)'의 지배적 스테레오타입을 넘어 사회적 현실에 뿌리를 둔 문화적 생산물이 동아시아 권역(region)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한 시기의 유산으로 공유될 수 있을까.

 

그런데 정작 음악인으로서 김민기는 한국에서는 점차 잊혀져 가고 있는 것 아닐까. 30대 이상의 세대들에게 그가 만든 노래들은 기억에 남아 있겠지만 젊은 세대들에게는 '공익광고(심지어 상업광고)에 나오는 노래' 이상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한 세대에게 중요한 인물로 남아 있는 정도에 비례하여 다른 세대에게는 무지와 무관심의 대상이 되어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이런 현상을 그저 '세월의 변화'로 쉽게 설명하면 될 것인가. 말하자면 그의 노래들이 정치적 억압과 문화적 검열 등으로 상징되던 '힘들었던 시대'에 가졌던 의미가 지금같은 '웰빙'의 시대에는 그때만큼의 의미는 없다고 말해 버리면 그만일까. 조금 더 비스듬하게 말한다면 이제 그런 노래들은 '당대(當代)'의 가치를 넘어 다른 가치로 이동하고 있는 것일까. 그의 노래들이 '흘러간 유행가'가 아니라 '불멸의 고전'이라는 점에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그렇지만 '고전'이라는 단어 자체가 '오래되었다(古)'는 것을 전제한다면 이런 동의의 이면은 '한 시대가 지나갔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어쩌면 이런 반추가 때늦고 새삼스러워 보일 정도로.

 

그렇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김민기는 지금도 '인기'가 좋다. 단, 이때의 인기란 '음악인 김민기'의 인기가 아니라 '연극인 김민기'의 인기다. 널리 알려진 이야기겠지만 그가 연출하고 제작한 [지하철 1호선]은 그가 대표로 있는 학전소극장에서 10년째 높은 객석점유율을 보이며 상연 중이고, 일본, 중국, 독일을 비롯하여 외국에서도 적잖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렇다면 '음악인 김민기'와 '연극인 김민기' 사이에 무엇이 있었던 것일까. 1970~80년대 한국의 언더그라운드 음악계, 나아가 언더그라운드 문화계 전반을 어느 정도 가까이에서 접한 사람이라면 김민기의 진화과정을 부자연스럽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작품'으로만 김민기를 접한 사람이라면 이 과정이 그렇게 자연스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음악인 김민기'와 '연극인 김민기' 사이에 무엇이 있었는가. 복잡한 사건들이 있었겠지만 '작품'으로만 말한다면, '노래굿'이라고 불렸던 [공장의 불빛]이라는 작품일 것이다. 이 작품은 '직접 노래를 만들어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던 김민기'와 '뮤지컬을 제작·연출하고 배우의 노래와 연기를 지도하는 김민기' 사이의 연장점이자 계승점일 것이다. 말장난을 하자면 '포크송'과 '뮤지컬' 사이에 '노래굿'이라는 묘한 예술양식이 존재했던 셈이다. 1978년에 골격이 만들어지고 1979년에 세상과 만난 작품이므로 이 작품도 '4반세기 전'의 것이 되었다. 그렇지만 '묻혀진' 작품이었기 때문에 이 작품에 대한 공적 평가는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다. [공장의 불빛]에 대한 정당한 공적 평가를 가로막는 요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요인은 이 작품에 대한 '정치적' 해석이다. '유신 말기'라는 1970년대 말의 상황에 나온 작품은 창작자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이런 정치적 해석에 휘말려 들어갔다. 정치적 해석에 휘말리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닐 수도 있고, 실제로 특정 상황에서 정치적 해석은 대학가 '운동권'에게 좋은 효과를 발휘했다고 볼 수도 있다(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한쪽에서는 '불온을 선동하는 수단'으로 뱁새눈을 뜨고 백안시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투쟁의 선전을 위한 수단' 정도로 편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좋아할 예술가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 경우든 '신화'로 화석화되어 버리는 것이 '현역'으로 활동하는 예술가에게 도움이 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신화가 될 경우 대중은 오래된 것만을 찾지 새로운 것을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

 

원작자인 김민기도 이런 점들이 계속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그래서 지난 달 이 작품은 원작자의 '집요한 노력 끝에' 마침내 세상 속으로 나오게 되었다. 카셋트 테이프로 '무단복제'되지 않으면 배포될 수 없었던 원작은 4반세기 후 여러 가지 광채를 담은 요소들을 추가하면서 DVD 1장과 CD 1장을 패키지로 묶은 작품으로 재발매된 것이다. 이미 언론에 보도되었지만 DVD는 원작의 음원을 복원하고 미술과 동영상을 편집한 영상물이고, CD는 젊은 음악인들이 대거 참여하여 개작(remake)한 것이다.

 

나 역시 안전하고 무난한 평가를 내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집단에 속해 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원작자의 오랜 기간 동안의 집요한 노력 끝에 세상에 나온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하다'는 정도로 글을 끝내고 싶기도 하다. 여기에 숨죽여 가면서 카세트 테이프를 들으면서 놀랬던 경험을 회상하면서, '그때 소수만이 경험했던 놀라움이 이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기를 희망한다'는 바램을 추가하는 정도로 타이핑을 멈추고 싶다. 정말로 침묵이 능사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런 평가가 신화 만들기에 저항하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즉, 지금 형태로 재발매된 [공장의 불빛]은 과연 신화에 저항하면서 그때와는 또다른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 미심쩍다는 말이다. 달리 말한다면, 이 작품에 담긴 서사의 구성, 음악의 배치, 나아가 음악과 서사(내러티브)의 관계에 대한 미학적 평가를 내리는 것이 정작 필요한 순간에도 이런저런 '잡념'들이 개입한다는 뜻이다. '음악평론가'의 입장에서 말한다면 [공장의 불빛]에 담긴 음악 그 자체에 대한 평이 우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건 계속 뒤로 미루어진다. 참 묘한 현상이다.

 

정재일이 편곡을 맡은 개작된 음원에 대해서는 태도를 미리 결정해 버리게 된다. 그건 "분명히 원작의 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을 것"이라는 일종의 편견이다. 실제로 녹음된 음원을 들어 보면서 이런 편견을 차례로 확인하는 것 외에 다른 감상법을 찾기 힘들다. 김민기는 "노동운동하는 사람들이 1970년대 초기 힘들지만 소박했던 초기의 모습을 기억하고 초심을 잃지 않기를 부탁드리고 싶다"고 발언했는데, 이는 개작된 음반에도 적용될 수 있다. 즉, 개작된 음반에서는 원작의 '초심(初心)'은 잘 느껴지지 않는다. 능숙한 기술자들이 좋은 스튜디오 환경에서 만들어낸 음원에 감동할 사람들은 '노동운동 하는 사람들(지식인들?)'과는 관계가 있을지 모르지만 '노동자들'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민기가 위의 발언을 한 자리는 "지난 10월 12일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열린 음반 패키지 발매와 출판 기념회를 겸한 기자회견과 쇼케이스"였다고 한다. 유감스럽지만 '삼성동', '아트홀', '패키지', '쇼케이스' 등의 단어는 [공장의 불빛]이나 김민기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이다.

 

나도 안다. 이런 불만이 '억압 하에서의 세월이 더 행복했다'는 이상한 심리의 발현으로 들릴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다시 한번 손바닥으로 뺨을 때리면서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된다. 혹시 20여년 전 [공장의 불빛]의 공포스러우면서도 아름다운 소리를 듣고 무언가 꿈틀거렸던 것이 '대학생과 지식인의 대리만족'은 아니었냐고.... 대리만족이었든 아니었든, [공장의 불빛]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집체창작'되고 공연된 대학생들이나 노동자들의 무수한 노래굿(혹은 노래극)들은 지금 다 어디로 사라지고 [공장의 불빛]만 댕그러니 남아 있냐고...

 

물론 문제가 이런 기억의 재구성 차원에서 그치는 것은 아니다. 다시 세상에 나온 [공장의 불빛]은 '그때 이곳'이 아닌 '지금 이곳'의 맥락에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아야 한다. 그건 여러 갈래 길들로 분기될 수 있다. 1970년대 노동자가 주변화된 인간 이하의 존재였다면, [공장의 불빛]의 서사와 음악은 진정으로 개작되어야 한다. 그때 '공순이'였다가 지금은 '분식집 아줌마'나 '보험설계 아줌마'로 여전히 삶의 테두리로 내몰린 존재들의 것으로, 혹은 그때는 한국의 농촌 출신이었지만 지금은 '외국' 출신으로 변해서 어디론가 내팽겨진 존재들의 것으로 등등...

 

이는 단지 (문학적) 서사의 문제가 아니라 (물리적) 소리의 문제일 것이다. '생경한' 언어를 사용한다면 이는 그때 남한 정치권력의 가시적이고 선명한 억압으로부터 지금의 지구적 자본의 비가시적이고 모호한 지배로의 변화를 미학적으로 인식하는 문제다. [공장의 불빛]은 다른 김민기의 노래들과 더불어 서두에서 언급한 '동아시아 현대 문화의 보편성을 획득한 작품'인 것이 분명하지만, 이제는 새로운 작품이 구상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런 작품은 무로부터 창조되는 것은 아니며, 그 질료들은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을 것이다. 그것들의 미학적 표상이 어떻게 그려질 수 있을까. 4반세기 전 김민기는 이런 소리들을 예민하게 듣고 그걸 나름의 방식으로 형상화했다. 지금은 누가 어떻게 이를 수행할 것인가. 재발매된 [공장의 불빛]은 마치 음각화처럼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다.

 

▲ 정재일과 김민기

 

공장의 불빛

 

김창남(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 노동과 세계 2004년10월25일)

 

<공장의 불빛>이 새로운 편곡으로 다시 녹음되어 세상에 나왔다. 저 암흑과도 같았던 유신체제 말기 지하에서 은밀히 녹음되고 불법으로 유통되며 어느덧 하나의 신화로만 남아있던 이 작품이 지금 다시 세상에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그 자체로 놀라운 사건이다. 1978년 겨울 이 음반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당시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 음반의 리메이크가 지니는 의미를 한번쯤 무겁게 생각해 볼 것이다.

 

재녹음된 최초의 '불법음반'

 

김민기가 만든 <공장의 불빛>은 흔히 70년대 노동운동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동일방직 사건을 모델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묘사된 노동현장의 모습이나 노동운동의 양상은 단지 동일방직 사건의 예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동일방직 사건으로 대표되는 70년대 민주노조 투쟁의 가장 일반적인 과정을 일견 스테레오타입으로 비쳐질 만큼 정형화된 인물과 사건들을 통해 그려내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그런 까닭에 이 작품은 특정한 주인공을 중심으로 극적인 사건들이 벌어지거나 갈등의 구체적인 양상이 극적으로 묘사되거나 하지는 않는다. '편지-교대-사고-작업장-야근-음모-선거-싸움과 패배-해고와 새로운 결의'로 이어지는 극의 구성은 내적 필연성을 가진 극적 사건들의 연결이라기보다 노조 투쟁의 전형적인 과정으로서 배치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이 보통의 연극이라면 이런 식의 구성은 전체적으로 작품을 앙상하게 하면서 감동을 반감시키는 결과를 부를 수밖에 없지만 <공장의 불빛>에서 그런 극적인 약점은 그다지 도드라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장면 장면의 극적인 분위기와 갈등을 대사나 지문이 아니라 노래와 음악이 충실하게 표현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대사가 진행되는 중간 중간에 배경음악이나 주인공들의 노래가 삽입되는 방식이 아니라 모든 대사, 등장 인물들의 심리묘사, 사건진행과 장면의 분위기까지를 모두 노래와 음악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보통의 뮤지컬보다는 오히려 오페라에 가깝다. 이 작품을 연극적인 맥락보다 음악적인 시각에서 보는 것이 더 중요한 까닭이 그것이다.

 

유신 말기의 얼음장같던 세월을 뚫고 나와 세상을 놀라게 했던 <공장의 불빛>이 지금 다시 새롭게 단장한 채 우리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물론 지금 이 작품에 대한 세상의 반응은 4반세기 세월의 차이만큼이나 엄청나게 달라져 있다. 목숨을 걸만큼 위험하기 짝이 없는 시도였던 70년대 말과 달리 지금 <공장의 불빛>은 미디어의 관심 속에 조명된다. 한때 빨갱이 단체로 몰리기도 했던 한국교회사회선교협의회와 몇몇 지식인들, 그리고 용기 있는 음악인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제작되었던 첫 번째와 달리 이번에는 적으나마 문예진흥기금까지 지원 받았고 버젓한 녹음실에서 제작되었다.

 

이 작품에서 그려졌듯 끝없는 패배와 좌절을 거듭했던 노동운동은 민주노총을 만들고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을 이룰 만큼 달라진 상황 속에 있다. 무엇보다도 20여 년 전 불온의 딱지를 쓴 채 아무런 공식적 활동도 할 수 없는 처지였던 작곡가 자신이 지금은 소극장운동의 주역이자 한국적 뮤지컬의 새로운 경지를 열어젖힌 예술가로 평가받고 있다. 이 모든 변화의 근저에 수많은 사람의 피와 땀이, 죽음과 좌절이, 고통과 고뇌가 자리하고 있음을 그 누가 부인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어딘가에 <공장의 불빛>이 뿌려놓은 씨앗 하나가 보이지 않는 거름으로 자리 잡고 있음 또한 그 누가 부인할 수 있을까.

 

신화에서 역사로

 

<공장의 불빛>의 재녹음과 재발매는 이 작품이 더 이상 신화가 아니라 현실 속에서 우리와 대면하게 됨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제 비로소 다시 현실의 맥락에서 재평가될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물론 그 현실은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선 21세기 탈근대적 현실이 아니라 저 엄혹했던 70년대의 현실이며, 그런 의미에서 그것은 역사적 현실이다. <공장의 불빛>은 이제 비로소 역사가 된 것이다.

 


▲ 정재일

 

한 신화에 대한 복원과 재해석

김민기의 'Past Life of Kim Min Gi'와 '공장의 불빛'

 

최지선(대중음악 평론가, 컬처뉴스 2004-10-27) 

 

어찌 보면 신화 혹은 전설이란 해체와 재해석을 위해 존재하는 상징복합체이다. 김민기는 그런 점에서 미개척된 전설과 신화의 이름이었다. 한국 모던 포크의 개척자, 한국적 음악극의 새 지평을 연 연출가, 민중가요 운동의 시발점 등 제각각 다른 지점에서 기억되었지만 그에 대한 ‘본격적인’ 복원과 재해석은 거의 진공상태나 다름없었다. 암울했던 정치사 혹은 그의 까다로운 성정 탓도 있겠지만 이름 자체가 너무도 강고한 완벽의 철옹성이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이제 그 미해결 과제들의 봉인은 풀리기 시작했다.

 

이는 두 가지 종류의 음반들을 통해서였다(더불어 과거의 저술을 보충한 방대한 김민기 관련 서적도 함께 당도했다). 하나는 [Past Life of Kim Min Gi]. 제목 그대로 김민기의 지난 음악 시절에 대한 집약적 보고서로, 록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이전 시기까지 정리된 총 6종의 씨디의 모음이다. 솔로 정규 앨범으로는 첫 작품이자 마지막 작품으로 한국 모던 포크의 새 장을 연 1971년작의 복각 앨범 한 장, 1993년 ‘김민기 1, 2, 3, 4’ 형태로 발매되었던 네 장의 음반, 그리고 음악극에 대한 실험을 펼친 [연이의 일기]([엄마, 우리 엄마](1984)와 [아빠얼굴 예쁘네요](1986-87)의 합본) 한 장을 비롯해, 새로 녹음한 곡들로 채워진 한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음반과 함께 포장된 정성스러운 해설지는 김민기에 대한 훌륭한 참고서가 될 만큼, 김민기에 대한 상세한 바이오그래피와 디스코그래피, 노래일지와 비평문, 외국인들의 김민기 해설을 비롯해, 중국어, 일본어로 번역된 가사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 음반에서 누락된 1990년대 록 뮤지컬 혹은 노래극에 대한 ‘공개적’ 재평가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지만.

 

두 번째로 이 글에서 보다 상세히 소개할 작품은 노래굿 [공장의 불빛]의 복각 및 리메이크 작품이다. 암흑의 정치사의 뒤안길에 암호로 은밀히 떠돌다 이제야 살풀이를 하는 문제작이자 마스터피스다. 최근까지 ‘공식적인’ 공연도, 온전한 형태의 리메이크도 없이, 그저 몇몇의 악보와 가사가 조악한 음질의 불법 테이프로, 대학가나 노래운동진영에서 ‘구전’되어 왔다(최초의 진정한 인디라고 할까! “이세상 어딘가에”는 [겨레의 노래] 공연과 음반을 통해 ‘공식적으로’ 소개된 바 있다).

 

그후 십수 년이 흐른 뒤에서야 복원과 재해석의 서막이 오르게 된 것인데, 이것은 새롭게 리메이크된 CD와, 현장사진과 민중미술작품이 원곡과 함께 실린 DVD를 묶어냄으로써 이루어졌다. 전태일의 일기에서 집자(集子)된 타이틀을 현판으로 걸고 [공장의 불빛]의 두툼한 소책자 자료도 첨부했다. 사실 원곡이 담긴 매체가 DVD라는 점이 의아하지만, (노동자들이 상연할 수 있도록 반주부만 담긴 음원을 테이프 뒷면에 실었던 원래의 의도를 살리려 함인지) 반주부를 그대로 실으면서 영,중,일 가사 등의 자료를 한 장에 싣기에는 DVD라는 매체가 적당했었는지도 모르겠다.

 

김민기에 대한 모든 것은 이상의 자료들을 통해 상술되어 있으므로 생략하기로 하자. 하지만 [공장의 불빛]의 원작에 대한 소개는 잠시 해야할 것 같다. 초극비 프로젝트였던 탓에 한국교회사회선교협의회, 지인들의 익명 후원 형식으로 제작되었고, 기자재가 제대로 없던 이화여대 방송반에서 극비리에 보컬 녹음과 믹싱이 진행되었으니, 그 결과물이 얼마나 조악했겠는가. 송창식의 원효로 스튜디오에서 조원익(베이스), 이호준(건반) 배수연(드럼)의 베테랑 세션맨과 연주 부분을 녹음했지만 밀실화된 환경은 치명적이었다. 그런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두 달 후 제출된 이 작품의 빅뱅은 막을 수 없었는데, 이것은 단지 신비화된 김민기라는 이름 때문만은 아니었다.

 

원 작품은 단순히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 연극과 음악이, 굿과 뮤지컬이 혼융되었고, 서양의 음악과 한국의 음악이 접속했으며, 다양한 악기와 장르가 만날 수 있었던, 말하자면 그 모든 경계를 허문 집성체였기 때문이다. 유명한 노조탄압사건이었던 동일방직사건을 모티브 삼아, 공장에서의 고된 노동의 일상, 노조 설립과 탄압, 그리고 희망적 전언까지의 극적 구성을 골계로 해, 한 극단에는 구전가요, 구전동요, 남도소리, 풍물을 접목하면서, 또 한 극단에는 찬송가, 포크 등을 위치시키면서 다양한 형식의 음악과 대사들을 직조하였다. [공장의 불빛]의 많은 보컬에는 서울대나 이화여대의 노래패 그리고 경동교회 중창단 등이 있는데, 이는 당시 막 생성되기 시작하던 노래패들의 맹아를 확인할 수 있는 단초도 된다. 이외에 김영동(대금, 당적, 장고, 북), 조경만(장고), 곽태규(피리) 등이 참여했고, 김민기 본인은 기타를 비롯해 건반, 바라, 징, 휘파람까지 담당했다.

 

그렇다면 이 미증유의 초특급 프로젝트는 시간이 흐른 지금 과연 어떤 식으로 재해석되었을까. 젊은 음악인 정재일(흔히 음악인 사이에 그를 천재라고 일컫는다고 한다)의 손길로 프로듀싱되었는데, 한국 전통음악에 대한 김민기의 관심을 다양한 전통악기를 동원해 세련된 어법으로 풀어내는 한편, 원 작품 내에 감돌던 개방적 음형안에 서양의 록이나 일렉트로니카 등의 다양한 장르/스타일을 밀어넣으며 업그레이드시켰다. 여기에는 이소은, 정재일, 이지영, 전인권, 이적, 같은 이들이 보컬로 초대되었으며, 푸리, 원일을 위시해, 장고, 대금, 해금, 아쟁 연주자, 그리고 스트링과 브라스 섹션, 클라리넷을 비롯한 오케스트라가 대동되었다.

 

원래 구전가요에서 착안되었던 “야근”은 룸바(처럼 들리는) 리듬이 극단적인 빠른 속도로 입혀져 해체,재탄생 되었고, 부정적 골계미를 발산하는 “돈만 벌어라”는 짓이겨진 사운드, 기계적 음향의 하드코어, 메탈, 인더스트리얼로 접합된 디스토피아가 메기고 받는 형식의 민요 형식과 또 한번 화학작용을 일으킨다(“난입”의 경우에도 비슷하다). “노조설립”은 투박하고 거친 전인권의 보컬과 정글/드럼앤베이스 리듬으로 조합되었고, 혹자가 평한대로 한국적 ‘레치타티브(敍唱)’을 구현하는 듯한 “음모”는 말하듯 노래하기를 누구보다 잘 구사했던 이적이 담당했다. 한편으로 공장의 분위기를 연출하는 살벌한 신호음("교대 II"), 메가폰을 잡은 듯한 음조(“전야”), 편지를 쓰거나(“편지”), 타이핑을 하는(“해고”) 연극적 음향 효과를 은근하게 호명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화려한 정악(正樂) 편곡에 숭고한 음향이 서린 “유린”, 느린 중모리의 “두어라 가자”와 접속트랙으로 굿거리, 자진모리, 휘모리, 단모리에 이르는 변화무쌍한 장단의 “재기”는 그런대로 원 노래굿의 의도를 보존확장시킨 곡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동요와 성가(혹은 영가) 어딘가에 위치하는, [공장의 불빛]의 ‘아리아(營倉)’ “이 세상 어딘가에”는 영롱한 어쿠스틱 기타 한 대와 보컬 한 명의 포크 소품(“이 세상 어딘가에 I”)으로, 혹은 혼성 듀엣의 대화체의 웅장한 스케일의 연주(“이 세상 어딘가에 II”)로 갈무리되고 있다.

 

과거의 신화에서 길어올린 현재형 음악으로의 승화는 어떤 이들에게는 거부감을 가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음반들이 김민기 개인 혹은 한국 대중음악사의 한 방점이자 터닝포인트로 기록될 것임은 분명하다. 

 

공장의 불빛  

 

김소연(IZM, 2004/11)

 

1978년, 김민기의 '불법' 테이프 <공장의 불빛>이 송창식의 스튜디오에서 두꺼운 담요로 창문을 모두 둘러막은 채 녹음된 역사가 있다. 이 불법 음반이 26년이 지난 2004년, '합법'의 형태로 음반 화되어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그 26년 동안 단 한 번도 합법의 경계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 채 두리번거리던 주황빛 노래굿 <공장의 불빛>이 이제 겨우 스물세 살의 젊은 음악가 정재일의 손을 거쳐 새로운 모습을 갖추고 공식적 점등식을 거행하게 된 것이다.

 

1970년대 대표적 노조탄압 사건인 이른바 '동일방직 사건'을 당시 노동자 운동의 전형으로 정형화, 이것을 음악과 극의 형태로 구성한 것이 바로 이 <공장의 불빛>이다. '편지'에서부터 '아침 바람'까지, 스무 개 남짓의 장면을 음악으로 채운 뮤지컬 형식의 이 노래 굿은, 한 예술가로써, 또 지식인으로써 목격한 바가 치열하게 '표현'된 작품으로써 깊은 의미를 지닌다. 2000개의 복제본이 끝없이 복사되면서 알아듣기 조차 힘들 정도의 그 조악한 음질로도 노동자들의 가슴에 불빛이 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일 것이다.

 

이 노래굿을 묻혀진 26년의 긴 세월보다도 짧은 나이를 가진 젊은 음악가가 다시 건져 올리고 있다. 사실 이 노래굿은 유약한 지식인으로써 김민기가 세상에 내놓았던 아름다운 포크 저항가 들과는 전혀 달랐다. 그 자신이 “할 수 있는 음악적 실험을 모두 했었다.”고 말할 정도로, 시종일관 음침한 분위기 속에서 트위스트에서 로큰롤, 남도소리에서 풍물까지, 역사적 사실에 음악적 실험성이라는 숨결을 불어넣었던 것이다. 그리고 정재일은 그 큰 틀을 따르면서 자신의 이야기 또한 '표현'해낸다. 그의 젊은 나이는 '작가'로써의 의식과 표현에 이르면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독재 국가가 보장했던 노동의 착취를 '노래굿'이라는 획기적 발상을 빌어 고발했던 당시의 기록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하루 24시간 가동되는 공장에서 3교대, 심지어는 2교대, 막교대까지 해가면서도, 연필에 침을 묻혀가며 '미영이가 방학을 했겠군요.. 꼭 고등학교에 갈 생각 하라고 하세요.. 뒤는 언니가 책임지고..'(교대 中 ) 편지를 꾹꾹 눌러쓰는 노동자들의 처절한 풍경이 그려진다. '경비원 둘이 뱁새눈 하고 노려다 보는' 교대 시간이 지나고 나면 깜빡 졸다가 절단기에 손을 잘려 손가락이 여섯 개밖에 남지 않았다는 가사가 김민기 원곡의 경쾌한 트위스트에 브라스 세션을 가미한 편곡에 얹혀 역설적으로 들려오는 '야근'이 처절하다.

 

이 사고 이후 '노조'를 결성하기 위한 집회가 남도소리를 빌려 전개되기도 한다. '한'과 '집회', 그리고 부푼 '기대'의 결합을 표현하기 위한 뛰어난 포석이 보존되고 있는 것이다. 사장과 공장장, 비서들이 모여 노조를 와해시킬 대책을 세우는 '음모'가 속닥거리고, '음모'의 지령을 받잡은 깡패들의 무자비한 각목과 쇠파이프가 자행하는 노조 탄압은 원작의 '로큰롤'에서 '하드록'으로 돌변했다. 전인권의 목소리로 희망을 이야기하는 '노조설립'은 결국 또 한번의 하드록 폭격인 '난입'으로 좌절되고, 구슬픈 아쟁과 피리가 불어내는 여성 노동자 '유린'과 '두어라 가자'의 설움은 결국 '연행'되고 '해고'되는 과정을 거쳐 막을 내리고야 만다.

 

'동일방직 사건'에 국한되지 않는, 당시 노동자 운동의 전형적 과정이다. 이 생생한 관찰과 고발을 젊은 작가가 새로운 눈으로 되살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황량하고 살벌했던 그 시대에 이승열과 이소은, 정재일의 목소리로 다시 불리게 된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 꿈의 나라를 고뇌하며 그리던 작가가 있었음이 26년 만에 떳떳이 증명되고 있다.

 

여기에 갖가지 음악적 시도를 덧입히며 '역사의식'과 '예술가 정신'의 조화를 이뤄냈던 작가의 그 치열했던 표현을 기릴 줄 아는 젊은이가 있다는 사실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민중 음악의 '신화'다, '전설'이다 하면서 방치되었던 작품이 사실은 우리의 '현재'로 살아날 수 있음을 용감하게 전해주는 젊음의 시도에 박수를 보낸다. <공장의 불빛>은 '시대의 불빛'으로, 그 숨죽이던 숨결을 다시 고르고 있다.

 

김민기"공장의 불빛"을 들으셨나요?

 

김토일(음악만담가)

 

70년대를 표현하기에 적절한 단어를 선택하라면 어떤 것을 고를 수 있을까. 누군가는 새마을운동이나 예비군 등을 떠올릴 수도 있겠고 또 누군가는 장발에 생맥주, 나팔바지 등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만일 사뭇 심각한 자세로 70년대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암울함’, ‘독재’등 정치적 의미가 담겨 있는 단어들을 먼저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박정희의 시대라는 것이 충분히 그럴 만한 사회였기 때문이다.

 

한편, 암울한 시대의 기억 속에는 그 어두움의 기억과 더불어 어둠을 밝히고자 했던 불꽃들의 뚜렷한 기억들도 함께 남아 있게 마련이다. 여기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김민기 역시 누구보다도 격렬했던 불꽃이다.

 

전쟁이라는 비극 속에서 유복자로 태어난 김민기는 출생의 운명만큼이나 고단한 삶을 살아온 사람이다. H.O.T가 막 데뷔하고 활동하던 그 나이 혹은 서태지가 데뷔하던 바로 그 나이에 김민기도 새파란 풋내기 가수로서 데뷔 앨범을 발표하고 강호에 나섰다. 시작은 그들과 비슷했지만 그러나 김민기가 걸어간 길은 너무나도 달랐는데 스무 살 앳된 청년의 노래가 시대를 상징하는 노래가 되어버렸던 까닭에 그는 그 시대가 겪었던 만큼의 고통을 독재정권으로부터 부여받았다. 개인적으로 보통 일은 아니었을 터였다. 이런저런 이유를 통해 그의 음반은 방송 금지는 물론 판매조차도 금지되어버렸지만 그는 부당한 세상과 타협하고 방송에 적합한 음반과 노래를 만드는 대신 어둠을 밝힐 작은 불꽃을 피우는 일을 향해 나아갔다.

 

야학을 결성하여 노동자들을 가르치기도 하고 진보적인 해방신학을 전파하던 ‘도시산업선교회’ 의 사회활동에도 참여하였다. 당시 유신독재체제에 대한 저항의 상징적 인물이었던 김지하 시인과 만나 <금관의 예수> , <소리굿 아구> 등의 사회 비판적 작품에도 함께 하였으며 보안부대에 끌려가고 영창 생활을 하는 등 고초를 겪던 군생활이 끝난 후에도 그는 공장에 취직하고 공장에서 노동자들에게 공부를 가르쳤던 것이다.

 

김민기의 78년 작(作) <공장의 불빛>은 이와 같은 인생 역정 속에서 등장하였다. '동일방직 사건'을 소재로 노동자들의 힘겨운 일상과 투쟁하는 모습이 담겨져 있는 작품이다. 노래와 연극과 춤, 노래극적인 요소들을 도입하고 비디오로도 제작되었으며 노래극으로 무대에까지 올려졌던, 당시로서는 흔치 않았던 ‘토털 아트’였다.

 

<공장의 불빛>은 김민기가 직접 읊은 작중 나레이션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노동자들이 ‘세상의 주인으로 행세’하는 그 날을 위해, 그리고 그러한 날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인 노동조합을 만들 것을 독려하고자 하는 뚜렷한 목적의식 하에서 제작된 것이다.

 

지금 음반이라는 차원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공장의 불빛>은 말하자면 불법 음반이기도 했다. 송창식 의 작업실에서 녹음된 이 테이프는 라이선스로 발매되었다든지 한 것이 아니라 음성적으로 복제되고 대학가 사회과학 서점 등을 통해 음성적으로 판매되거나 선배들의 더블데크를 통해 배급되었다.

 

<공장의 불빛>은 80년대 내내 본래의 목적과 달리 공장보다 대학가에 더욱 광범위하게 그 불빛을 밝혔다. 겉보기에는 그랬다. 하지만 이 테이프를 통해 ‘의식’을 되찾은 대학생들이 그들 존재 자체가 ‘공장의 불빛’이 되어 80년대 내내 공장 지역의 어둠을 공장의 다른 불빛들과 손 맞잡고 밝혀 주었던 터였으므로 <공장의 불빛>은 원래의 목적을 충실히 달성하고도 남은 셈이다.

 

이 음반이 우리 사회에 널리 전파되었던 데에는 작품 성격상의 희소적인 가치도 무시할 수 없었겠지만 그 안에 담겨 있던 노래들이 가진 매력은 그 이상의 역할을 해냈던 것 같다. 쉽게 말해 무척 잘 만들어진 노래들이었기 때문이다.

 

90년대에 이르기까지 대학사회에서 애창되고 송창식에 의해 리메이크 되었던 ‘이 세상 어딘가에’ 와 같은 아름다운 포크 음악을 비롯 다양한 음악들이 30여 분 동안 시간을 따라 다채롭게 펼쳐져 나간다. 당시에는 흔치 않았던 록큰롤의 전형적인 코드진행을 보여주는 ‘돈만 벌어라’, ‘하류인생’스런 분위기를 물씬 풍기면서 군대 등에서 애창되어 온 ‘대령중령소령’ 노래를 노가바하고 새로 편곡한 ‘야근’ 등과 더불어 유치하거나 어색하기 십상인 낭송조의 노래들, 서양 음악 언어로 치자면 레치타티보 비슷한 브릿지 소품들이 과장이나 작위적인 느낌 없이 아주 알맞게 잘 만들어지고 배치되어 있다.

 

또한 채희완 의 안무를 곁들인 비디오로도 제작되면서 이후 한국사회 학생운동과 노동운동 진영에서 만들어지는 예술 작품의 전형으로 자리매김하여서 요즘에 이르러서도 대학가나 여러 집회 공간을 통해 <공장의 불빛>의 잔영이 드리운 작품들을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 되었다.

 

이토록 의미심장했던 ‘물건’이, 그러나 87년을 지나 21세기도 한참을 지난 최근에 들어서야, 무려 26년 만에, 처음으로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벌써 김민기가 데뷔 앨범을 내어 놓은 나이를 넘어선 청년이지만 아직도 ‘천재소년’이라는 부담스런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정재일 이 프로듀스를 맡고 전인권, 이적, 이소은, 이승렬 등의 유명 뮤지션들이 참여해 노래를 부르고 ‘촌극’을 벌여서 만들어진 새로운 버전과 함께 패키지로 제작된 것이다.

 

리메이크 된 음반도 음반이지만 그보다는 시대의 떨림을 고이 간직하고 있는 ‘리마스터’ 버전이 훨씬 큰 울림을 전해 준다. 제아무리 고전(古典)이라 하더라도 예술이란 역시 시대와의 긴장에서 유리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리라.

 

어찌 생각해보면 이제 <공장의 불빛>에 등장하는 현실은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옛날이야기로 여겨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니 ‘X세대’ 프로듀서에 ‘N세대’의 편곡으로 리메이크 음반이 등장할 수 있었을 것이고 김민기가 그를 받아들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공장의 불빛>이 전하는 메시지의 소중함은 아직도 여전한 것 같다. 김민기가 나레이션을 통해 말하는 대로 ‘근로자가 떳떳한 이 나라의 주인으로 행세할 때’가 아직은 멀었다는 것이 그 하나의 이유이고, <공장의 불빛>이 고발하는 고통스런 노동 현실은 이주노동자를 통해 이 땅에서 여전히 재생산되고 있다는 것이 또 하나의 이유다

 

김민기 < Past Life of Kim Min Gi >와 <공장의 불빛>

이제야 만나는 모던 포크의 전설 

 

이용우(대중음악평론가)

 

재발매와 리메이크는 오리지널 레코딩을 전제로 한다. 이 ‘지당한 말씀’을 새삼 되새기는 까닭은 김민기라는 존재 때문이다. ‘한국의 밥 딜런’이란 안이한 비유, 한국 모던 포크의 선구자란 평가, 한국 대중음악의 예술성과 현실적 조응을 한 단계 높였다는 찬사는 군내나도록 얘기되었으니 생략하자.

 

여기서 질문.

그의 오리지널 음반은 얼마나 팔렸을까. 데뷔 LP(1971)는 초판 500장이 채 팔리기 전에 판매금지되었고, 1980년대 민중가요의 시금석이 된 <공장의 불빛> (1978)은 카세트테이프 초도물량 2천개가 끝이었다. 파시즘적 군사정권이 막을 내린 1987년까지 그의 음악은 ‘불법’의 영역에 속했고 비공식 경로로만 소통될 수 있었다.

 

수십년의 세월을 뚫고 김민기의 음반들이 ‘세트로’ 우리 앞에 당도했다. 먼저 김민기 전집격인 . LP 형태의 케이스 안에는 1971년 역사적인 데뷔 음반부터, 1980년대 작품인 <엄마, 우리 엄마>와 <아빠 얼굴 예쁘네요>를 묶은 <연이의 일기>, 그리고 1993년 김민기 자신에 의한 4장 짜리 재녹음 음반까지 총 6장의 CD가 담겨 있다. 최초의 공식 재발매이자 CD로는 처음 발매되는 김민기 데뷔작만으로도 가치가 차고 넘치는 음반이다.

 

다른 하나는 <공장의 불빛> 이다. 1970년대 노동 현실의 전형적 단면을 적나라하게 담고 있는 김민기의 가장 직설적이며 실험적인 이 노래극(달리 말해 한국적 뮤지컬 혹은 민중적 오페라)은 DVD와 리메이크 CD라는 외투를 걸치고 발매되었다.

 

DVD 타이틀은 오리지널 테이프의 음원과 민중미술 작품 및 사진들을 결합한 것이고, 리메이크 CD는 전인권, 이적, 이소은, 이승렬, 푸리 등이 참여해 다시 만든 것이다.

 

리메이크를 주도한 정재일은 원곡이 강렬한 선율과 에토스를 지닌 <야근> <돈만 벌어라>에서는 힘에 부치는 느낌이지만, ‘사운드’를 중심에 놓은 <교대> 등에서는 흥미로운 재해석을 들려준다. 전체적으로 원작의 무게에 눌리지 않은 비교적 성공적인 리메이크라고 평가할 수 있을 듯하다.

 

김민기의 오리지널 레코딩을 들어보지 않았다면, <Past Life of Kim Min Gi>와 <공장의 불빛>은 반드시 구입해야 할 음반이다. 전자의 경우 10만원 남짓 되는 부담스런 가격과 낱장 구입이 불가능하다는 점, 후자의 경우 오리지널 음원이 CD 형태로는 없다는 점이 흠이라면 흠. 그 정도는 오리지널 레코딩이 안길 충격으로 상쇄할 수 있다면 망설이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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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팬더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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