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풍속도 압축적 형상화 (1997.11.09)
노래는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다. 노래에는 그것이 만들어진 당시 사회 상과 대중들 정서가 담겨있다. 히트 가요들을 통해 우리 현대사 단면들 을 되짚어보는 시리즈를 마련한다.< 편집자 주 >.
고래사냥(최인호 작사·송창식 작곡·송창식 노래).
송창식의 고래사냥 1975년은 70년대 한국 청년문화의 극점이었다. 새로운 세대의 새로운 감수성은 좁은 캠퍼스를 뛰쳐 나와 한 나라의 문화적 헤게모니를 장악한다. 최인호 소설, 이장호-김호선-하길종 영화, 그리고 셀 수도 없는 젊은 통기타 음악인들의 노래는 고도 성장의 그늘과 억압으로부터 탈출구를 찾으며 부글거리는 욕망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그러나 그중 가장 강력한 파급력을 지녔던 노래에서는 이 비등점이 불행하게도 너무나 급작스럽게 파국을 맞아야 했다. 75년 여름과 겨울 유신정권은 예술문화윤리위원회를 내세워 '대중가요 재심 원칙 과 방향'이라는 가요 규제를 선포했다.
이를 통해 무려 4백40여곡에 대해 음반발매와 방송을 전격 금지하는 탄압의 칼을 빼어들었다. 이 칼이 겨냥한 주 표적이 통기타와 로큰롤의 젊은 기수들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25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영화계에 새 바람을 일으켰던 하길종 감독 영화 '바보들의 행진'의 음악은 통기타 군단 선두주자 송창식이 맡았다. 그는 이 영화에서 '왜 불러', '고래사냥'과 '날이 갈수록'(김상배 작사-작곡) 같은 노래를 선보였다. 이 노래들은 영화 흥행을 뛰어넘는 엄청난 성공을 거둔다.
그중에서도 행진곡 스타일의 독특한 드럼 서주로 시작하는 '고래사냥' 은 당시 대학가 청년지식인들이 안고 있던 절망과 희망을 도도하게 포착한 절편이었다. '고래사냥'은 권력의 강압적 조치에 붕괴되는 청년문화의 운명을 극적으로 암시했다.
특히 서술적인 전반부 12마디, '술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봐도/가슴에는 하나 가득 슬픔 뿐이네/무엇을 할 것인가 둘러 보아도/보이는 건 모두가 돌아앉았네…'는 70년대 내면 풍속도를 압축적으로 형상화한다. 강세와 매듭없이 이어지는 이 지속 선율은 주류 대중음악에 횡행했던 상투적 운문 형태의 기만에 대한 이 세대 특유의 전복적 '랩'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이 노래는 '수출 1백억달러와 국민소득 1천달러'라는 국가적 환상을 우회적으로 질타한다. 그것은 비겁한 '현실도피'가 아니라 가장 '현실적인' 상상력의 산물이었다. '고래사냥'에 곧바로 '퇴폐'와 '자학' 낙인이 찍혀 금지곡이 된 것은 역설적으로 너무나 당연한 운명이었다.
<강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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