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사] 송창식.윤형주.김세환 포크 1세대 3인방
2002.04.03, 10:38 국민일보
가수 윤형주와 송창식은 지난 1967년 서울 무교동 쎄시봉에서 처음 만났다.통기타 치며 아리아를 부르던 괴짜 청년 송창식의 모습을 윤형주는 “충격적이었다”고 회고한다.부를 줄 아는 팝송이 한곡도 없던 서울예고 성악과 출신의 송창식에게도 팝송을 줄줄 꾀는 윤형주는 문화적 충격이었다.
그렇게 첫 대면을 한 두 사람은 이듬해 ‘하얀 손수건’의 전설적 듀오 트윈 폴리오를 만든다.여기에 72년 “트윈 폴리오를 보며 가수의 꿈을 키웠다”는 김세환이 가세한다.그렇게 세 남자 송창식(55),윤형주(55),김세환(54)의 서른해 인연은 시작됐다.
포크 1세대 3인방이 오랜만에 한무대에 선다.일본의 포크 1세대 모리야마 료코 등 일본 가수 3명이 초대 손님 형식으로 참여하는 한일 포크 가수들의 합작 공연.첫 연습을 위해 지난 1일 밤11시 서울 양재동 김세환의 집에 세 사람이 모였다.잠자리에 들 늦은 시간에 회합이 시작된 건 송창식의 기이한 생활 습관 때문이다.오전 5시 취침에 오후 두세시 기상은 기본.일어난 뒤에도 몇시간동안 운동을 하느라 연락 두절이다.
“원칙에 예외가 없는 사람이에요.바쁜 일 있으면 운동을 거르기도 하고,부탁하면 원치 않는 무대에 서기도 하는 게 사람이잖아요.송창식씨는 아니에요.절대 자기 생활을 희생하는 법이 없어요”(김세환)
사정이 이러니 셋이 모이려면 해질 무렵 송창식의 집에 찾아가는 도리 밖에 없다.불편도 하련만 30년지기끼린 벌써 양해된 일.“하루를 거꾸로 사는 사람이니 만나려면 할수 없어요.우리가 창식이 라이프스타일에 맞춰야죠”(윤형주)
에피소드 하나.얼마전 세 사람은 김도향,남궁옥분,서유석 등과 함께 포크 편집 음반 ‘프렌즈’를 냈다.김세환의 집에 오기 전 홍보를 위해 TV 출연을 청하는 제작자와 “안한다”는 송창식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포크의 붐 조성을 위해 9팀이 어렵게 모인 터라 모두들 기대가 큰 앨범.엇나가는 송창식이 답답도 하련만 윤형주와 김세환은 무조건 송창식 편이다.“창식이가 안한다고 하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거요”(윤형주) “송창식씨가 안한다면 안하는 거예요”(김세환)
사실 바쁘기로 치면 윤형주가 셋중 으뜸이다.CM송 제작회사 ‘한빛기획’과 주차 사업 대행사 ‘인파크’,무역업체 ‘동진글로벌’ 등 운영하는 사업체만 3곳,‘사랑의 집짓기 운동’ 홍보 대사 등 사회활동까지 치자면 직함이 10개는 족히 된다.오죽하면 음악 평론가 이백천씨가 “윤형주 만나려면 두계절 앞서 예약하라”고 했을까.이번 공연을 성사시킨 데도 마당발 윤형주의 역할이 컸다.약속 시간에,수시로 울리는 휴대전화에 쫓기는 윤형주와 달리 김세환은 ‘느긋하게 살자’가 생활 신조다.7시 약속이면 6시30분쯤 약속 장소에 나타나 30분쯤 기다려야 맘 편한 스타일이다.
포크가수로 뭉뚱그려 말하지만 음악 스타일은 또 얼마나 다른가.‘가나다라’‘푸르른 날에’‘담배가게 아가씨’를 거치며 송창식이 한국 가락에 심취했다면 윤형주는 88년 낸 마지막 앨범 ‘사랑하는 사람이라면’까지 다듬어진 미성의 긴장을 놓지 않았다.김세환은 그의 웃음만큼이나 편안하고 ‘착한’ 음악을 고수한다.
달라도 너무 다른 세 사람이 우정을 유지해가는 비결은 김세환의 말처럼 “30년 세월과 음악에 대한 사랑”이다.“콘서트 핑계 대니까 밤 늦게라도 송창식씨가 움직이네요.억지로라도 셋이 만날 수 있으니 그게 제일 좋습니다” 공연은 26∼27일 서울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전당(02―561―4712).
이영미기자 ymlee@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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