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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기사

[창식님글] 송창식이 좋아하는 자장면..

by 팬더54 2008. 11. 8.

태화루’배달 소년 때 느꼈던 ‘사랑’의 맛...가수 송창식 내가 자장면을 처음 먹은 것은 초등학교 졸업식 때였다.


같은 중학교에 배정된 친구 어머니가 사주셨다.
 
당시 나는 자장면이라는 음식을 알지 못했다.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었다. 친구 어머니는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우리를 자장면집으로 데려갔다.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라 긴장했지만 한입 베어 물어보니 정말 환상적인 맛이었다. 그렇게 맛있는 음식은 처음이었다. 이것이 나와 자장면의 첫 만남이었다. 그리고 스무살 때쯤. 나는 전국 무전여행을 했다.


이곳 저곳을 다니다가 정말 배가 고파서 경남 밀양 ‘태화루’라는 중국집에 머물면서 보름 남짓 일했다. 주방에서 설거지 등 허드렛일을 했는데 점심 때면 주방장이 즉석에서 말아주는 자장면 맛이 정말 일품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곳에서 나는 자장면, 탕수육 만드는 법도 배웠다. 사장님과 아드님도 잘해주셨고. 보름이 지나고 ‘민생고’를 해결한 나는 다시 여행을 시작했고 태화루의 고마움은 마음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서도 태화루의 자장면을 잊을 수 없었다.


그로부터 몇년 지나지 않아 1968년인가 나는 윤형주와 함께 ‘트윈 폴리오’를 결성해서 가수로 데뷔했다. 제법 인기를 얻어 김세환, 양희은과 함께 콘서트도 열었다.


그리고 1980년. 불현듯 태화루의 자장면을 다시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경남 밀양으로 향했다. 태화루는 그곳에 그대로 있었다. 자장면 맛도 그대로였다. 사장도 그대로였다. 다만 아들이 분가해 다른 중국집을 운영한다고 했다.


자장면을 먹고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로부터 20년 뒤인 2000년. 지방 공연차 경남 밀양에 가게 됐다. 당연히 태화루에 가고 싶었지만 공연이 너무 늦게 끝났다. 설마 하는 마음에 태화루로 향했는데 불이 켜져 있었다. 사장은 없고 아들이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었다.


내가 밀양에서 공연한다는 소식을 뒤늦게 듣고 혹시 들를지 몰라 문을 열어두었다고 한다. 나보다 손위인 사장 아들은 내게 “뭐 해 줄까요?”를 물었고 나는 자장면과 탕수육을 부탁했다. 역시 맛있었다. 태화루 자장면 맛은 변함없었다.


 
요즘 나는 경기도 광주에서 아내, 두 아들과 살고 있다. 딸은 지금 일본에 가있다. 모처럼 가족끼리 외식을 할라치면 나는 자장면이 먹고 싶은데 자식들은 피자를 주장한다.
결국 우리 가족은 피자를 먹으러 간다. 피자집으로 가면서도 나는 태화루 자장면 맛을 못내 아쉬워 한다. (가수 송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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